용인신문 |
결혼을 하면 두 사람의 소득도 합쳐진다. 집이 있다면 주택 수도 한 가구 기준으로 묶인다.
문제는 이 순간부터다. 미혼일 때는 받을 수 있었던 주택대출이나 청약 지원의 문턱을 결혼한 뒤에는 넘어서 버리거나, 각자 보유하던 작은 주택 때문에 청약과 세금에서 불리해지는 경우가 생긴다.
정부가 출산과 결혼을 장려하면서도 정작 혼인신고를 하는 순간 일부 청년들에게 경제적 불이익이 발생하는 이른바 ‘결혼 페널티’가 청년 정책의 수술대에 올랐다.
정부가 대출과 청약, 세제 등 청년들의 내 집 마련과 자산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결혼 페널티’ 22개 과제를 추려 제도 개선 검토에 들어간다.
단순한 신혼부부 지원 확대를 넘어 미혼에서 기혼으로 신분이 바뀌는 과정에서 오히려 정부 지원이 줄어드는 제도적 모순을 찾아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청년들이 국가 정책 때문에 결혼을 망설이는 상황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제도 개선 의지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대출과 청약 등에서 기혼자가 미혼자보다 불리해지는 사례를 찾아 개선할 것을 주문했고, 이후 청년 포럼과 부동산 토론회, 관계부처 검토 등을 거쳐 우선적으로 손볼 필요가 있는 22개 과제가 정리됐다.
핵심은 역시 ‘집’이다. 청년들이 결혼을 결정할 때 가장 큰 부담 가운데 하나인 주거 문제에서 혼인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는 구조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우선 디딤돌 내 집 마련 대출과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의 소득요건 완화가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맞벌이 부부의 소득을 합산할 경우 정책금융의 소득 기준을 넘어서는 문제를 보완하자는 취지다.
자녀를 낳은 가구를 지원하는 신생아 특례대출 역시 맞벌이 가구의 소득 기준을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청약요건을 완화하는 방안도 22개 과제에 이름을 올렸다.
결혼 전 각자 주택을 보유했던 청년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도 손질 대상이다.
결혼으로 한 가구가 되면서 소형 주택 두 채를 보유하게 된 경우에도 일정 조건을 갖추면 청약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과, 혼인으로 2주택자가 된 경우 취득세 중과 제외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혼인과 관련한 각종 세액공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도 개선 과제에 포함됐다.
이번 논의가 주목되는 것은 저출생 정책의 방향을 현금 지원에서 ‘제도적 불이익 제거’로 넓히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결혼·출산 장려금이나 육아 지원을 확대해 왔지만 청년들의 삶과 직접 연결된 대출·청약·세금 제도 곳곳에는 여전히 결혼 전후의 조건 변화 때문에 지원 자격이 달라지는 문제가 남아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특히 집값과 전월세 부담이 큰 수도권 청년들에게 주택대출과 청약 자격은 결혼 이후의 삶을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다.
결혼으로 가구 소득이 늘었다는 이유만으로 정책금융 대상에서 제외된다면 실제 생활비와 주거비를 함께 부담해야 하는 맞벌이 신혼부부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번에 22개 과제를 한꺼번에 들여다보기로 한 것도 이런 ‘제도의 역설’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결혼한 사람에게 새로운 특혜를 주기보다 결혼했다는 이유만으로 기존에 받을 수 있었던 기회를 잃는 구조가 있는지를 찾아내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도 모든 과제를 일괄적으로 완화하겠다고 못 박지는 않았다. 제도 개선이 실제 필요한지, 개선 방식이 미혼자나 다른 계층과 비교해 공정한지, 청년들이 체감할 정도의 효과를 낼 수 있는지 등을 따져 하나씩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결혼 페널티를 없애는 과정에서 또 다른 역차별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별 정밀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정책의 방향은 분명해졌다. 청년에게 “결혼하라”고 권하면서 정작 혼인신고를 하는 순간 대출 한도가 줄고 청약 기회가 사라지거나 세금 부담이 커지는 제도가 있다면 먼저 그것부터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결혼과 출산을 개인의 희생이나 경제적 손해를 감수해야 가능한 선택으로 만들어 놓고 출산율만 높이라고 요구하는 정책에는 한계가 있다.
이번 ‘결혼 페널티 22개’ 개편 논의가 주목받는 이유다. 청년에게 결혼을 권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결혼해도 손해 보지 않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