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청약통장을 들고 분양을 기다리던 2030세대가 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치솟은 집값과 분양가, 강화된 대출 규제로 정상적인 매매시장의 문턱이 높아지자 부동산 경매가 젊은 세대의 새로운 ‘내 집 마련 통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23일 서울남부지법 경매법정. 감정가 3억5300만 원짜리 서울 구로구 빌라 한 채를 놓고 8명이 경쟁했다. 최고가는 2억8336만9000원. 낙찰자가 발표되자 곳곳에서 탄식이 나왔다. 눈에 띈 것은 입찰자들의 나이였다. 20·30대로 보이는 젊은 참가자들이 적지 않았다.
실제 통계에서도 경매시장의 세대교체는 뚜렷하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7월 임의경매를 통해 아파트·빌라·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을 매수한 사람 가운데 30대 비중은 35.6%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20대도 지난해 같은 기간 5.0%에서 6.4%로 늘었다. 반면 40대는 29.1%에서 19.3%, 50대는 23.0%에서 20.4%로 감소했다.
젊은 층을 끌어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경매 물건은 유찰될 때마다 최저입찰가격이 낮아져 일반 매매보다 수천만 원 싸게 주택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서울 은평구 응암푸르지오 전용 114.92㎡는 7억 1128만 원에 낙찰됐다. 같은 면적의 최근 실거래가격 7억 8000만~8억 5000만 원과 비교하면 최대 1억 원 이상 낮다.
수천만 원이 주택 구입 여부를 가르는 2030세대에게는 무시하기 어려운 차이다. 신혼집을 알아보다 경매로 눈을 돌렸다는 한 30대 직장인은 “대출을 받아도 일반 매매는 부담이 너무 크다”며 “5000만 원이라도 싸게 살 수 있다면 몇 년치 저축액과 맞먹는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경매 열풍은 빠르게 번지고 있다. 직장인 커뮤니티와 부동산 카페에는 경매 스터디 모집이 잇따르고, 권리분석부터 현장 임장, 법원 입찰까지 함께하는 실전형 모임도 늘고 있다. 과거 일부 전문 투자자의 영역이었던 경매가 2030 직장인의 재테크 수단으로 빠르게 대중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싸게 사는 시장’이라는 생각만으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 입찰 전 임차인의 대항력과 선순위 권리, 유치권 등 복잡한 권리관계를 확인해야 하고 낙찰 이후에는 명도와 수리비 등 예상하지 못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젊은 입찰자가 몰리는 인기 물건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낙찰가가 일반 매매가격에 근접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2030세대의 경매시장 진입을 높은 집값 속에서 새로운 주거 사다리를 찾으려는 현상으로 평가하면서도 철저한 사전 공부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시훈 변호사는 “경매는 내 집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마련할 수 있는 통로지만 컨설팅 업체의 말만 믿고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며 “권리분석과 적정가격 판단 능력을 스스로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약 경쟁률을 들여다보던 청년들이 이제 법원 경매 사건번호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집값이 높아질수록 2030의 내 집 마련 전쟁터도 분양시장에서 법원 경매법정으로 넓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