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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정부는 풀고 서울시는 막고”…수도권 5만 가구 공급 ‘땅의 전쟁’

이재명 대통령 나흘 만에 두 번째 부동산 회의…국유지·폐교·그린벨트까지 전방위 검토
기존 6만 가구 공급 앞당기고 5만 가구 이상 추가…용산·그린벨트 놓고 서울시와 충돌
수도권 주거지도 재편 가능성…반도체·플랫폼시티 품은 용인도 영향권

 

용인신문 | 서울의 ‘마지막 땅’을 놓고 정부와 서울시의 힘겨루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수도권에 최소 5만 가구 이상의 주택을 추가 공급하려는 정부가 국유지와 공공기관 부지, 폐교는 물론 그린벨트까지 후보지로 검토하기 시작한 반면 서울시는 용산공원과 서울 시내 그린벨트를 주택용지로 활용하는 데 선을 긋고 있어서다. 수도권 주택 공급 문제가 단순히 몇 만 가구를 더 짓느냐를 넘어 서울에 남은 땅을 어디까지 주택용지로 풀 것인지를 둘러싼 ‘땅의 전쟁’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해외 순방을 마친 뒤 긴급 부동산 정책회의를 연 데 이어 나흘 만인 7일 다시 회의를 열고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첫 회의에서 가능한 공급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고 사업 속도를 높이라고 주문한 데 이어 이번에는 기존 공급계획의 일정을 앞당기고 추가 부지를 발굴하는 방안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정부는 지난 1월 용산국제업무지구 1만 3000여 가구와 태릉CC 6800여 가구, 경기 과천 경마장 부지와 성남 공공주택지구 등을 포함해 수도권에 약 6만 가구를 공급하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번에는 이들 사업의 인허가와 착공을 최대한 앞당기는 동시에 최소 5만 가구 이상의 신규 공급 물량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수도권에서 10만 가구가 넘는 주택 공급사업이 동시에 움직이게 된다.

 

관심은 결국 ‘5만 가구를 어디에 지을 것인가’에 쏠린다. 서울에는 대규모 신규 택지를 만들 만한 빈 땅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정부는 기존에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던 국유지와 공공기관 부지, 학교 이전·폐교 부지, 차량기지와 군 관련 시설까지 폭넓게 살펴보고 있다.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부지와 여의도 LH 부지, 용산어린이정원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강남구 청담고와 강서구 공항고 등 학교 부지도 후보군으로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개발에 신중했던 서울의 그린벨트도 다시 공급 카드로 떠올랐다. 강남구 수서차량기지 주변과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훈련장,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주변 등이 후보지로 거론된다. 서울에서 더 이상 대규모 택지를 찾기 어려워지면서 개발 제한지역까지 공급 후보지로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는 새로운 땅을 찾는 동시에 기존 도심의 밀도를 높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의 용적률을 높여 같은 땅에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하고 준공업지역의 주택 공급 규제를 손질하는 방식이다. 서울 외곽에서는 신규 부지를 확보하고 도심에서는 더 높고 촘촘하게 짓는 ‘투트랙 공급전략’인 셈이다.

 

그러나 정부가 공급 속도를 높일수록 서울시와의 충돌도 거세지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용산공원을 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절대 용산공원은 일부라도 주택을 공급하는 용도로 쓸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서울 시내 그린벨트 추가 해제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주택 부족과 집값 불안을 해결하려면 활용 가능한 땅을 최대한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서울시는 녹지와 장기적인 도시계획을 훼손하면서까지 공급량을 늘릴 수는 없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서울의 일부 소규모 그린벨트 해제에는 서울시의 권한과 협조가 중요한 만큼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공급 일정 자체가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이번 대책의 성패는 ‘5만 가구’라는 숫자를 발표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후보지를 얼마나 빨리 확정하고 착공까지 끌고 가느냐에 달려 있다. 후보지가 정해지더라도 도시계획 변경과 교통대책, 주민 의견수렴, 인허가와 보상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해 발표와 실제 입주 사이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서울에서 시작된 이번 ‘땅의 전쟁’은 용인에도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에서 충분한 공급 부지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수도권 주택 공급의 무게중심은 자연스럽게 경기 남부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 특히 반도체 국가산단과 플랫폼시티를 동시에 품은 용인은 대규모 일자리 증가와 함께 주택과 교통 수요가 폭발적으로 커질 수 있는 대표 지역이다.

 

용인의 과제는 단순히 아파트를 더 짓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반도체 산업단지와 플랫폼시티에서 일할 인구를 담아낼 배후주거지와 광역교통망, 학교와 의료·문화·생활 인프라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 산업만 키우고 주거와 교통이 뒤따르지 못하면 서울과 경기 남부를 오가는 또 다른 장거리 출퇴근 도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수도권 5만 가구 추가 공급은 서울의 그린벨트를 얼마나 풀 것이냐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서울과 경기 남부를 포함한 수도권 전체의 일자리와 주거지도를 다시 짜는 문제다. 정부는 서울의 마지막 가용지를 찾고 있고 서울시는 지켜야 할 땅에 선을 긋고 있다. 그 사이 대한민국 최대 반도체 산업도시로 커지고 있는 용인에는 새로운 선택지가 놓이고 있다. 서울에서 시작된 ‘땅의 전쟁’이 이제 경기 남부와 용인의 도시지도까지 바꿀 수 있는 수도권 재편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