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검찰 수사권 축소와 경찰 수사권 확대를 앞두고 경찰이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대대적인 내부 통제 장치를 꺼내 들었다. 앞으로 경찰관의 배우자나 부모·자녀가 사건에 연루될 경우 해당 경찰관이 근무하는 경찰서는 원칙적으로 사건을 맡지 못한다. 경찰 내부 비위를 전담하는 별도 수사조직도 만들어진다.
수사 권한이 커지는 만큼 경찰 스스로 이해충돌 가능성을 차단하고 수사의 공정성을 증명해야 한다는 요구에 대응한 조치다. 단순한 조직 개편을 넘어 향후 경찰 수사에 대한 국민 신뢰를 좌우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은 7일 ‘개정 형사소송법 후속 조치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수사 공정성과 내부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이른바 ‘상피제’ 도입이다.
경찰은 9월 초부터 사건 관계인이 해당 경찰관서에 근무하거나 최근 3년 이내 근무했던 경찰관의 배우자 또는 직계 존·비속인 경우 해당 관서가 직접 수사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이런 사건은 이해관계가 없는 다른 경찰관서로 넘겨 수사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경찰관 가족이 사건 당사자가 되더라도 해당 경찰서가 수사를 맡을 가능성이 있었다. 수사 과정이 공정하게 진행됐더라도 외부에서는 봐주기나 내부 압력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구조였다.
경찰은 최근 처음으로 전국적인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이 같은 ‘경찰 가족사건’ 117건을 확인했다. 특정 사건을 계기로 경찰 가족이 연루된 사건 처리 과정 자체를 전면 점검하면서 제도 개선 필요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번 상피제는 실제 부당수사 여부와 관계없이 수사기관과 사건 관계인 사이에 이해관계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사건을 분리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수사의 결과뿐 아니라 과정에 대한 신뢰까지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경찰 내부를 감시하는 구조도 바뀐다.
현재 국가수사본부가 맡고 있는 수사감찰 기능은 하반기 정기인사에 맞춰 인권감사관실로 옮겨진다. 수사를 담당하는 조직이 사실상 자기 조직의 수사 과정을 감찰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감찰 기능의 독립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경찰관의 비위와 범죄를 전담하는 ‘내부비리수사대’도 새로 출범한다. 경찰 내부에서 발생하는 비리 사건을 일반 수사 조직과 분리해 보다 독립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구상이다.
경찰이 이런 내부 통제 강화에 나선 배경에는 오는 10월 2일 시행되는 개정 형사소송법이 있다.
형사사법 체계 변화로 경찰이 담당해야 할 수사 영역과 책임이 커지는 만큼 수사기관 내부에 견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권한 집중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결국 경찰 수사권 확대의 성패는 사건 처리 능력뿐 아니라 스스로를 얼마나 엄격하게 통제하느냐에 달렸다는 의미다.
수사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와 신고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도 보강한다.
경찰수사심의위원회에는 사회적 약자 관련 사건을 별도로 살펴보는 소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신고자가 자신의 신원을 직접 노출하지 않고 변호인을 통해 신고할 수 있는 ‘변호인 대리신고제’도 도입할 예정이다.
검사의 요구나 요청으로 경찰이 처리하는 사건에 대해서도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경찰은 우선 내부 지침을 통해 상피제와 조직 개편 등을 시행하고, 이후 훈령 등을 개정해 제도적 근거를 보강한다는 계획이다. 경찰수사심의위원회의 실효성을 높이고 수사 인권·감찰 조사기구를 설치하는 방안 등을 위해 연내 경찰법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수사권 확대에 대비한 인력 재편도 시작된다.
경찰은 불법·폭력 집회와 시위 감소 등 치안 환경 변화를 반영해 경찰관기동대 규모를 줄이고, 여기서 확보한 인력을 수사 분야로 돌리기로 했다. 이를 통해 수사 인력 881명을 우선 보강한다.
추가로 필요한 인력은 관계부처 협의와 경찰 내부 인력 조정을 통해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번 조치는 경찰 조직 내부의 사건 처리 방식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특히 가족이나 동료 경찰관이 연루된 사건을 어느 선까지 외부 관서로 분리할 것인지, 내부비리수사대가 실제 조직의 영향력에서 얼마나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지가 제도의 성패를 가를 핵심으로 꼽힌다.
경찰은 수사 공정성 강화를 위해 검토하고 있는 과제들의 논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진행 상황을 공개하고, 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른 후속 법령 정비와 수사 절차 개선도 국가수사본부를 중심으로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경찰에게 더 많은 수사 권한이 주어질수록 국민이 요구하는 기준도 높아진다. 이번 개편이 단순히 조직도를 바꾸는 데 그칠지, 아니면 경찰이 자기 조직과 이해관계까지 스스로 끊어내는 새로운 수사 원칙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