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출퇴근이 사라진 시대다. 집에서 일하는 사람이 늘면서 업무 효율과 삶의 질은 높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재택근무가 남긴 또 다른 변화에 주목한다. 바로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조차 오래 앉아 있으면 심혈관 질환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면서 '앉아 있는 생활' 자체가 새로운 건강 위험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심장내과 전문의 카리나 파델 박사는 미국 NBC 방송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재택근무를 하면 사무실에서 자연스럽게 하던 움직임이 거의 사라진다"고 말했다. 사무실에서는 회의실을 오가고, 점심을 먹으러 이동하고, 복사기나 정수기를 이용하기 위해 걷는 일이 반복된다. 하지만 집에서는 컴퓨터 앞에 앉은 채 하루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소해 보이는 움직임이 심장 건강에는 적지 않은 역할을 한다. 몸을 움직이면 혈액순환이 활발해지고 혈당과 콜레스테롤 조절에도 도움이 된다. 반대로 오래 앉아 있을수록 혈관 기능은 점차 떨어지고 심혈관 질환 위험은 높아진다.
실제로 미국 브라운대 연구진이 성인 9만여 명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하루 10시간 36분 이상 앉아 있는 사람은 심방세동과 심근경색, 심부전,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말에 몰아서 운동하거나 일주일에 150분 이상 권장량만큼 운동한 사람도 오래 앉아 있는 시간이 길면 이런 위험이 충분히 줄어들지 않았다.
이는 운동 부족과는 다른 문제다. 전문가들은 '운동하는 시간'보다 '앉아 있는 시간'이 심혈관 건강에 별도의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오랫동안 앉아 있으면 다리 근육의 활동이 줄어 혈액을 심장으로 밀어 올리는 기능이 약해진다. 혈류가 느려지면서 혈관 내피세포가 받는 자극도 감소하고, 혈관은 탄력을 잃기 시작한다. 여기에 활성산소와 염증 반응이 증가하면서 동맥경화가 촉진되고, 혈관 벽에는 플라크가 쌓여 심장마비나 뇌졸중 위험까지 높아질 수 있다.
혈당 관리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우리 몸에서 포도당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조직은 근육이며, 그중에서도 허벅지 근육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오래 앉아 있으면 근육 사용량이 줄면서 혈당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진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비만과 2형 당뇨병으로 이어지고 결국 혈관 손상까지 가속화된다.
국내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확인됐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연구에서는 허벅지 둘레가 큰 사람일수록 당뇨병 발생 위험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허벅지 근육이 충분할수록 혈당을 효과적으로 소비하고 대사 건강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심장을 지키기 위해 거창한 운동보다 먼저 앉아 있는 습관부터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소 1~2시간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5분 정도 걷거나 스트레칭을 하는 것만으로도 혈액순환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종아리를 들어 올리거나 발끝을 몸 쪽으로 당기는 간단한 동작도 다리 근육을 자극해 혈류를 회복시키는 효과가 있다.
높이 조절이 가능한 책상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국제학술지 '혈관의학'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높이 조절 책상을 사용해 하루 앉아 있는 시간을 약 90분 줄인 사람들은 24주 후 대퇴동맥의 혈관 확장 기능이 8.1% 개선됐고, 공복 중성지방과 인슐린 저항성도 함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매일 1시간 운동하는 것보다 하루 종일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심혈관 건강에는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재택근무가 새로운 일상이 된 시대, 심장을 지키는 가장 쉬운 방법은 헬스장보다 먼저 의자에서 자주 일어나는 습관일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