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정부가 소비자들이 가장 불신해온 중고차 거래 관행에 칼을 빼 들었다. 인터넷 광고에는 낮은 가격을 내세운 뒤 계약 과정에서 각종 수수료를 덧붙이거나, 차량 상태를 제대로 알리지 않아 발생했던 고질적인 피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차량을 산 뒤 중대한 하자가 발견되면 계약 자체를 취소할 수 있는 제도까지 도입되면서 중고차 시장이 대대적인 변화를 맞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6일 국무총리 주재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고차 소비자 보호 대책'을 확정했다. 연간 약 250만 대가 거래되는 거대한 시장이지만 그동안 가격과 품질 정보가 불투명해 소비자 불신이 끊이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가장 크게 달라지는 것은 가격 표시 방식이다. 앞으로 온라인 플랫폼과 매매단지 등에 게시되는 차량 가격은 소비자가 실제로 부담해야 하는 최종 금액으로 공개된다. 지금까지는 차량 가격만 저렴하게 내세운 뒤 계약 직전 매도비와 알선비, 등록대행비, 성능보험료 등을 추가로 요구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내년부터는 이런 '미끼 가격' 방식이 사실상 사라질 전망이다.
차량 상태에 대한 검증도 한층 까다로워진다. 정부는 지금까지 중고차 민원의 대부분이 성능·상태점검기록부와 관련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오래된 점검 기준으로 인해 침수 이력이나 주요 결함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점검기록부를 전면 손질하고, 침수 여부 등 핵심 항목을 잘못 기재한 성능점검업체에는 고의 여부와 관계없이 행정처분을 내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차량 하부를 덮는 언더커버를 분리해 확인하고 실제 주행 테스트까지 실시하는 등 점검 절차도 한층 강화된다.
소비자 보호 장치도 대폭 확대된다. 앞으로 차량을 인도받은 뒤 7일 안에 엔진이나 변속기 등 핵심 장치에서 중대한 하자가 발견되면 일정 요건 아래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수리비가 300만 원 이상이면서 차량 가격의 30%를 넘거나, 수리에 30일 이상 걸리는 경우 등이 대표적인 대상이다.
책임 구조도 바뀐다. 지금까지는 성능점검업체가 가입한 보험을 통해 일부 보상이 이뤄졌지만 앞으로는 차량을 판매한 매매업자가 직접 책임지는 의무보험 체계로 통합된다. 차량을 판매한 사업자가 하자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지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온라인 중고차 거래 플랫폼에 대한 관리도 강화된다. 차량 진단 오류로 판매자나 구매자가 손해를 입으면 실제 손해 수준의 보상 기준을 마련하고, 이용자에게 특별한 귀책 사유가 없는데도 플랫폼이 일방적으로 계정을 제한하거나 서비스 이용을 막는 행위도 제한된다.
정부는 사업자별 하자 발생률과 신뢰도 등을 매년 공개해 소비자가 믿을 수 있는 업체를 쉽게 선택하도록 하고, 우수 사업자를 별도로 지정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다음 달 관련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뒤 내년 하반기부터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이번 대책이 시행되면 중고차 시장은 '가격 경쟁'보다 '신뢰 경쟁'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소비자는 광고 가격과 실제 구매 가격의 차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판매업체는 투명한 정보 공개와 사후 보상 능력이 새로운 경쟁력이 되는 시장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