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대한민국 입시의 근간인 대학수학능력시험이 30여 년 만에 가장 큰 변화를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정답 하나를 고르는 객관식 시험에서 벗어나 학생의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서술·논술형 체제로의 전환이 공식 논의에 들어가면서 교육 패러다임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지난 5일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수능과 고교 내신에 서술·논술형 평가를 확대하고 절대평가 체계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중장기 대입제도 개편 방향을 공개했다.
올해 하반기 국민 의견 수렴을 거쳐 국가 차원의 교육 청사진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논의는 단순히 시험 문제 유형을 바꾸는 수준이 아니다. 지난 30여 년 동안 이어져 온 ‘정답 찾기식 입시’를 ‘생각하는 교육’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재명 대통령도 현행 객관식 중심 입시에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그는 “인공지능 시대에도 아이들이 정답만 찾는 훈련을 반복하고 있다”며 “채점하기 편하다는 이유로 학생들의 창의성과 사고력을 희생시키는 교육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당장 제도를 바꾸자는 뜻이 아니라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자는 취지”라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
국교위가 검토하는 개편안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객관식 중심인 수능에 서술·논술형 문항을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이다. 학생이 단순히 답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논리와 사고 과정을 직접 설명하도록 평가 방식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고교 내신과 수능을 절대평가 체계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학생 간 점수 경쟁을 줄이고 일정 수준 이상을 달성하면 성취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평가 철학을 바꾸겠다는 의미다.
세 번째는 현재 분리돼 있는 수시와 정시 전형을 조정해 고교 교육과정을 정상화하는 방안이다. 입시 준비 때문에 사실상 사라진 고교 3학년 2학기 수업을 회복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다.
교육계에서는 이러한 방향성 자체에는 긍정적인 평가가 적지 않다.
객관식 중심의 시험은 암기와 문제풀이 기술을 키우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창의력과 논리적 사고, 글쓰기 능력을 평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특히 생성형 AI 시대에는 단순한 지식 암기보다 문제를 분석하고 새로운 해답을 만드는 역량이 훨씬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교육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과제도 적지 않다.
가장 큰 우려는 새로운 사교육 시장의 확대다. 과거 논술 전형이 확대됐을 당시 논술학원이 급증했던 것처럼 서술형 평가 역시 새로운 입시 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학별 평가가 강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내신과 수능의 변별력이 약해질 경우 대학들이 자체 면접이나 심층평가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또 다른 입시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교사들의 평가 부담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서술형 평가는 객관식보다 문항 개발과 채점에 훨씬 많은 시간과 전문성이 요구된다. 평가의 일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제도적 장치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오는 10월 국가교육발전계획 시안을 공개한 뒤 공청회와 국민 숙의 과정을 거쳐 내년 3월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