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교통사고만 나면 목과 허리가 아프다며 몇 달씩 병원을 다니는 모습은 이제 흔한 풍경이 됐다. 실제 치료가 필요한 환자도 있지만, 가벼운 접촉사고 이후 장기간 통원치료를 이어가며 보험금을 받는 이른바 '나이롱 환자'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결국 그 부담은 모든 운전자의 자동차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처음으로 이 관행에 메스를 들이댔다.
앞으로 교통사고로 염좌나 타박상 등 경상을 입은 환자가 8주 이상 치료를 계속 받으려면 전문 의료진의 객관적인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치료가 정말 필요한지를 의학적으로 다시 확인하는 절차가 새롭게 생기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4일 국무회의를 통과했으며, 다음 달 10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이번 제도는 자동차보험 제도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경상환자가 치료를 계속 원하면 보험사가 사실상 이를 막기 어려웠다. 사고는 크지 않아도 병원 치료가 수개월씩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았고, 과잉진료 논란도 반복됐다.
새 제도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8주를 넘겨 치료를 희망하는 환자는 진단서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하고, 보험사나 자동차공제조합은 이를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에 보내 전문 의료진의 검토를 요청한다. 심사는 종합병원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의과·한의과 전문의 200여 명이 맡는다.
의료진이 치료 연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기존처럼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의학적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장기 치료의 근거도 그만큼 약해진다. 심사 결과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에는 정부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할 수 있다.
정부는 치료가 꼭 필요한 환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예외도 뒀다. 임산부와 만 7세 이하 영유아는 심사 대상에서 제외되며, 심사에 필요한 진단서 발급 비용과 심사 기간 중 치료비도 보험사와 공제조합이 부담한다.
정부가 제도 개선에 나선 이유는 통계가 보여준다.
최근 5년 동안 교통사고 경상환자는 155만 4000명에서 148만 8000명으로 오히려 줄었지만, 치료비는 1조 원에서 1조 4100억 원으로 40% 넘게 급증했다. 환자는 감소하는데 보험금은 빠르게 늘어나는 기형적인 구조가 계속된 것이다.
보험업계는 그동안 일부 장기 치료 사례가 전체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끌어올려 결국 선량한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해 왔다. 반면 의료계와 소비자단체 일각에서는 실제 통증은 단순 진단명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만큼, 심사 과정이 치료받을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도 제기해 왔다.
국토부는 이번 제도가 '보험금 줄이기'가 아니라 필요한 치료는 충분히 보장하되 불필요한 장기 치료는 걸러내는 장치라고 설명한다. 시행 이후에는 분기마다 심사 결과를 분석해 대상과 기준도 계속 보완할 방침이다.
이번 개편은 단순한 심사 절차 하나를 추가한 것이 아니다. "교통사고가 나면 오래 치료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관행에서 벗어나, 치료의 필요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자동차보험 체계로 전환하는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