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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농사보다 영상이 먼저"…농산물도 '콘텐츠 전쟁' 시작됐다

쇼츠·AI·라이브커머스가 새 농기구…지자체, '농업 크리에이터' 육성 경쟁
"좋은 작물만으론 안 팔린다"…온라인 판로가 농가 소득 좌우

 

용인신문 | "이제 농산물은 잘 키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소비자에게 보여줘야 팔립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농민을 '영상 크리에이터'로 키우는 데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로 쇼츠를 만들고,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홍보 문구를 작성하며, 라이브커머스로 직접 판매하는 시대가 열리면서 농업의 경쟁력이 생산량이 아니라 콘텐츠 제작 능력으로까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농민들이 판로 확보를 위해 공판장과 직거래장터를 찾았다면 이제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네이버 쇼핑라이브가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농업도 '디지털 전환'을 넘어 '콘텐츠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경기 용인시농업기술센터는 올해 농업인을 대상으로 쇼츠와 릴스 제작, 스마트폰 촬영, 영상 편집, 생성형 AI 활용, 온라인 구매 링크 연결 등을 교육하는 '로컬파미네이터'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생들은 가을 수확철을 앞두고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SNS를 통해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콘텐츠 제작 실습을 이어가고 있다.

 

비슷한 움직임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경남은 청년농업인을 대상으로 '팜플루언서'를 육성하며 AI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 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경북 상주와 예천은 영상 제작과 AI 이미지 생성, 온라인 판매 전략을 함께 가르치고 있다. 전북 임실은 챗GPT와 제미나이를 활용한 홍보 콘텐츠 제작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연천과 광양 등도 사진 촬영부터 영상 편집, 라이브커머스까지 아우르는 교육 과정을 운영 중이다.

 

교육 내용도 크게 달라졌다. 단순히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수준을 넘어 AI를 활용한 홍보 문구 작성, 썸네일 제작, 소비자 분석, 라이브 판매 전략까지 포함된다. 농업 교육이 디지털 마케팅 교육으로 영역을 넓힌 셈이다.

 

일부 지역은 교육을 넘어 기반시설 구축에도 나섰다.

 

전남 광양시는 20억원을 들여 농업인 전용 미디어센터를 조성해 촬영실과 편집실, 전문 장비를 갖춘 창작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충남 금산과 충남 태안, 경남 일부 시·군도 농업인 전용 스튜디오를 마련해 실제 판매 방송과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농업 유통 구조 자체를 바꾸는 흐름이라고 평가한다. 온라인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농산물 역시 브랜드와 스토리, 생산자의 얼굴을 함께 판매하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같은 사과라도 누가 어떻게 재배했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를 보여주는 영상이 소비자의 구매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다만 지속적인 지원 체계는 과제로 남는다.

 

콘텐츠는 단기간 교육만으로 성과를 내기 어렵지만 대부분 사업 예산이 연 단위로 편성돼 후속 지원이 끊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영상 제작 능력은 꾸준한 실습과 피드백이 필요한 만큼 일회성 교육만으로는 농가 소득 증가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현장에서는 농업 경쟁력이 생산 기술뿐 아니라 콘텐츠 경쟁력까지 포함하는 시대가 시작된 만큼 장기적인 육성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