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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간제 4년·R&D 52시간 예외 … 정부, ‘메가특구 특별법’ 추진

반도체·AI 전쟁에 노동 규제 ‘완화’ … 노동계, 반발 ‘확산’

용인신문 |

 

 

 

반도체와 인공지능(AI)을 둘러싼 글로벌 기술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정부가 결국 노동시장 규제 완화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 기간을 현행 2년에서 최대 4년으로 늘리고, 연구개발(R&D) 인력은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을 사실상 예외로 하는 내용이 담긴 ‘메가특구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산업 경쟁력과 노동권을 둘러싼 대형 논쟁이 시작됐다.

 

정부는 첨단산업을 집중 육성할 ‘메가특구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다음 달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반도체와 AI, 미래차, 바이오 등 국가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세제·재정 지원을 집중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법안에는 산업 지원을 넘어 노동 규제까지 손질하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법안의 무게중심이 산업정책을 넘어 노동정책으로까지 확대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기간제 근로자 사용 기간 연장이다. 현행 기간제법은 동일한 노동자를 2년 이상 사용할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비정규직 남용을 막기 위해 2006년 도입된 제도다. 그러나 정부는 메가특구에서는 이 기간을 최대 4년까지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역대 정부에서도 여러 차례 추진됐다가 노동계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던 사안이다. 기업은 숙련 인력을 더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노동계는 정규직 전환이 늦어져 비정규직 고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연구개발 인력에 대한 근로시간 규제도 대폭 완화된다. 메가특구 내 연구개발 분야에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폭넓게 적용해 주 52시간 상한 규제를 사실상 적용하지 않는 방안이 포함됐다.

 

신기술 개발 과정에서는 특정 시기에 장시간 집중 근무가 불가피하다는 산업계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이 밖에도 일정 소득 이상의 연구개발 인력에 대해서는 초과근로수당 지급 의무를 완화하고, 현재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노동자 파견 대상 업종도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이 같은 승부수를 꺼낸 배경에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첨단산업 경쟁이 있다.

 

미국은 반도체 기업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원하고, 중국은 국가 차원의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 역시 첨단산업 유치를 위해 세제 혜택과 재정 지원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도 보다 유연한 인력 운영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와 산업계의 판단이다.

 

반면 노동계는 산업 경쟁력을 이유로 노동권을 후퇴시키는 것은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반발한다. 메가특구에 한정된 규제 완화가 향후 다른 산업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크고, 결국 비정규직 증가와 장시간 노동이 다시 일상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번 특별법은 단순한 지역개발법이나 산업지원법을 넘어 한국 노동시장의 방향을 결정할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적인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산업 경쟁력을 위해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대할 것인지, 아니면 노동 보호 원칙을 유지할 것인지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