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서 물러나 두 손자의 할아버지 시선
자극적 미디어에 둘러싸인 어린이들 밟혀
10편의 단편 동화 감동·인간성 회복 메시지
용인신문 | 평생을 초등학교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과 호흡해 온 교육자가 교직을 내려놓은 뒤 비로소 손주들을 위해 써 내려간 따뜻한 문학의 결실을 세상에 내놓았다. 용인 대청초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퇴임한 이동백 동화작가가 최근 도서출판 별꽃에서 신작 단편 동화집 ‘할아버지 선물’을 발간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수십 년간 수많은 아이의 기쁨과 슬픔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았던 작가는 이제 두 손자의 할아버지가 되어, 자극적인 미디어 영상에 둘러싸인 이 시대 어린이들에게 잔잔한 감동과 인간성 회복의 메시지를 건넨다. 교직 은퇴 후 써 내려간 문학적 여정과 그의 깊은 교육 철학을 들으려 이동백 작가를 만났다.
■ 어린 시절 책벌레 소년, 문학의 씨앗을 심다
이동백 작가의 문학적 모태는 조용하고 내성적이었던 어린 시절로 올라간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꽤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이라 학교가 끝나면 늘 도서관에 살다시피 하며 책 읽기를 좋아했다”고 회상했다.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 같은 세계 명작을 읽으며 “나도 먼 훗날 사람들의 마음에 울림을 주는 훌륭한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었던 소년은 자연스럽게 글을 읽고 쓰기 시작했다.
교직에 들어선 그는 영암의 자그마한 분교에서 아이들에게 구연동화를 지도했다. 이때 직접 써주었던 원고 ‘아기별 꽃님이’가 훗날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문학 활동의 물꼬를 텄다.
■ 생의 경험과 서정적 상상력이 만나 탄생한 동화집
이번에 발간된 동화집 ‘할아버지 선물’에는 총 10편의 단편 동화가 실려 있다. 표제작인 ‘할아버지 선물’을 비롯해 수록작 다수는 작가의 실제 인생 경험과 문학적 상상력이 부드럽게 융합된 결실이다.
“바다가 가까운 시골 마을의 풍경, 매립지로 바뀌어 아파트가 들어서고 도로가 포장되던 고향의 변모 과정이 동화적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신춘문예 당선 당시 심사위원 등 문단의 선배님들께서 ‘개인적 경험과 상상력이 절묘하게 조화되어 중앙 문단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라고 격려해 주신 것이 큰 힘이 됐죠.”
작가의 개인적 자전 역사 또한 동화 곳곳에 짙게 녹아 있다. 어린 시절 유복했으나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탄광 마을로 이사를 가야 했던 기억, 밤길에 누나의 손을 잡고 걸었던 아련한 밤길의 기억은 수록작 ‘어디만큼 왔냐’의 아련한 배경이 되었다.
또한 수록작 ‘나라를 팔아먹은 소년’에는 어린 시절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자 누님이 읽던 책을 몰래 헌책방에 팔아 군것질거리를 샀던 작가의 죄책감과 고백, 그리고 일찍 세상을 떠난 누님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이 담겨 있다.
■ 교직 치열함 뒤로하고 은퇴… 손주들의 할아버지로
경기도 용인으로 이동해 2001년 한터초등학교에 발령을 받은 이후 교감, 교장을 거쳐 2019년 대청초등학교에서 정년 퇴임하기까지, 작가는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교육의 현장을 지켰다. 그러나 학교 관리와 행정업무 등으로 바빴던 현직 시절에는 마음껏 동화를 쓰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현직에 있을 때 동화책을 한 권 내고 싶었지만, 교육 업무에 집중하다 보니 선뜻 여유를 내지 못했습니다. 퇴직 후 손주들을 품에 안으면서 비로소 결심했지요. ‘할아버지가 재산을 남겨주는 부자는 못 되더라도, 아이들의 마음에 오래 남을 근사한 동화책 한 권은 남겨주어야겠다’고요.”
현재 초등학교 2학년과 7살인 외손주는 할아버지가 직접 쓴 동화책을 보며 “할아버지가 정말 이 책을 쓰셨어요?” 하고 신기해한다. 손주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상은, 작가에게 있어 문학의 새로운 동력이자 삶의 가장 큰 기쁨이다.
■ 디지털 시대,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휴머니즘과 공감’
오랜 시간 초등교육 현장에 몸담았던 교육자로서 이동백 작가는 요즘 아이들과 교육 환경을 바라보는 시선이 남다르다. 유튜브 쇼츠나 스마트폰 게임 등 아이들이 자극적인 미디어에 노출되는 반면,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고 감성을 키울 기회가 줄어드는 현상에 대해 깊은 안타까움을 표했다.
“인간성이 자칫 메말라가기 쉬운 시대입니다. 요즘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아픔을 이해하고 사랑을 베풀 줄 아는 ‘휴머니즘’과 ‘공감 능력’입니다. 가정과 학교 현장에서 선생님들과 부모님들이 독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아이들이 책을 가까이하고 정서적 온기를 느낄 수 있도록 돕는 노력이 절실합니다.”
그는 부모에게도 조언을 잊지 않았다. 한두 명의 자녀만을 키우다 보니 내 자식만 감싸는 양육 태도에서 벗어나, 내 아이가 다른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고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폭넓은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지도해 주기를 당부했다.
■ “시간이 참 아깝습니다”… 멈추지 않는 문학적 열정
칠순의 나이에 접어들었음에도 이동백 작가의 문학적 열정은 청년의 그것처럼 뜨겁다. 동화집 발간에 이어 그는 벌써 다음 문학적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시간이 참 아깝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능력이 닿는다면 어린아이들을 위한 그림 동화책도 써보고 싶고, 호흡이 긴 장편 동화에도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현재 참여하고 있는 용인문학회 활동을 통해 시 공부를 한층 더 깊이 해서, 그동안 차곡차곡 써둔 시들을 모아 내년 말쯤 시집을 발간하는 것이 현재 가장 큰 소망입니다.”
평생을 교단에서 아이들의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보았던 이동백 작가. 그의 손 끝에서 피어난 동화집 ‘할아버지 선물’은, 자극에 지친 이 시대의 아이들에게 따뜻한 체온을 전하는 가장 다정한 인생의 선물이 되어줄 것이다.
이동백 작가는 ‘광주일보’와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당선으로 등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