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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주의 음식이야기 - 식탁 위의 오해와 진실

칼륨·베타카로틴·비타민 A ‘듬뿍’… 다이어트에도 좋아
이승주의 음식이야기 _ 식탁 위의 오해와 진실 6 호박

애호박부터 늙은호박까지 하나도 버릴 것 없어
꽃 튀겨 먹고 잎 쌈싸 먹고, 씨앗은 건강식품

 

용인신문 | 한때는 못생긴 사람을 놀리는 말처럼 쓰였다. 이상한 일이다. 꽃은 여름 들판을 환하게 밝히는 노란빛을 자랑하고, 열매는 애호박부터 늙은호박까지 버릴 것이 없다. 꽃은 튀겨 먹고, 잎은 쌈으로 먹고, 씨앗은 건강식품이 된다. 속은 죽이 되고, 껍질은 반찬이 된다. 이렇게 완벽한 식물을 두고 왜 하필 흉을 보는 말이 생겼을까. 억울한 것은 호박뿐이다.

 

여름 시장에 가보면 애호박은 가장 먼저 손이 가는 채소다. 가격 부담이 적고 실패가 없다. 된장찌개에 넣으면 국물이 달아지고, 새우젓 하나만 넣고 볶아도 밥 한 공기가 금세 사라진다. 밀가루를 입혀 전을 부치면 아이도 어른도 젓가락을 멈추지 않는다. 냉장고에 애호박 두 개만 있어도 며칠 동안 반찬 걱정을 덜 수 있다. 화려하지 않지만 식탁을 가장 묵묵히 책임지는 채소다.

 

더 놀라운 것은 애호박이 덜 익은 호박이라는 사실이다. 어린 시절에는 부드럽고 싱그러운 애호박으로, 시간이 지나면 달콤한 늙은호박으로 변한다. 하나의 식물이 성장 과정에 따라 전혀 다른 식재료가 되는 셈이다. 자연이 만든 가장 경제적인 식재료 가운데 하나다.

 

영양도 만만치 않다. 90% 이상이 수분이라 무더위에 지친 몸에 부담이 적고, 칼륨은 짠 음식을 많이 먹는 한국인의 나트륨 배출을 돕는다.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A는 눈과 피부 건강에 도움을 주며, 열량은 100g당 20㎉ 남짓에 불과해 다이어트 식단에도 자주 오른다. 하지만 애호박의 진짜 매력은 영양성분표가 아니다. 어떤 음식과도 조화를 이루는 순한 맛이다. 된장과도, 고기와도, 해산물과도 잘 어울리며 자기주장을 앞세우지 않으면서도 음식 전체의 맛을 살려낸다.

 

세계도 이미 이 매력을 알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호박꽃에 치즈를 넣어 튀겨 먹고, 프랑스에서는 버터에 살짝 구워 즐기며, 미국에서는 주키니(zucchini)라는 이름으로 파스타와 샐러드의 단골 재료가 된다. 조리법은 달라도 결론은 같다. 호박은 어느 나라에서나 사랑받는 식재료다.

 

생각해 보면 호박은 늘 우리 곁에 있었다. 여름이면 애호박전이 식탁에 오르고, 가을이면 늙은호박죽이 몸을 달래주며, 호박잎은 밥을 싸 먹는 쌈이 된다. 너무 흔해서 그 가치를 미처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

 

흥미로운 것은 애호박이 유행을 타지 않는 채소라는 점이다. 매년 새로운 '슈퍼푸드'가 등장하고 이름도 낯선 외국 채소들이 건강식품으로 주목받지만, 애호박은 한 번도 식탁에서 밀려난 적이 없다. 화려하게 광고하지 않아도 여름이 되면 자연스럽게 장바구니에 담기고, 자취생부터 대가족까지 누구나 같은 재료로 한 끼를 해결한다. 비싼 식재료가 아니어도 충분히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채소이기도 하다.

 

물가가 치솟는 요즘에도 몇 천 원이면 국과 찌개, 볶음, 전까지 여러 가지 반찬을 만들 수 있는 '착한 식재료'라는 점에서 애호박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이제는 "호박 같다"는 말을 다시 생각해 볼 때다. 정말 호박 같다는 말은 못생겼다는 뜻이 아니라, 꽃은 아름답고, 쓰임은 끝이 없으며, 값은 착하고, 어느 집 식탁에서나 제 몫을 다하는 존재​라는 최고의 칭찬이어야 하지 않을까.

 

이 여름 가장 과소평가된 채소는 단연 애호박이다. 정말 억울한 것은 사람이 아니라, 호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