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비가 그치고 햇볕이 내리쬐기 시작하면 부모들은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와 키즈카페, 물놀이장으로 향한다. 그러나 덥고 습한 공기가 이어지고 영유아들의 접촉이 늘어나는 이 시기는 여름철 감염병인 수족구병이 빠르게 퍼지는 때이기도 하다.
수족구병은 비 자체 때문에 생기는 질환은 아니다. 다만 장마나 소나기가 지나간 뒤 기온과 습도가 높아지고, 아이들이 실내 놀이시설이나 어린이집에 모여 장난감과 놀이기구를 함께 사용하면 감염 확산에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진다. 손 씻기가 서툴고 물건을 입에 넣는 일이 잦은 영유아에게 여름철 집단생활이 특히 위험한 이유다.
질병관리청은 최근 6세 이하 영유아를 중심으로 수족구병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며 가정과 어린이집, 유치원에 위생관리 강화를 당부했다. 수족구병은 장바이러스 감염으로 발생하며 환자의 침과 콧물, 가래, 물집의 진물, 대변뿐 아니라 바이러스가 묻은 장난감과 문손잡이 등을 통해서도 옮을 수 있다.
수족구병의 첫 신호는 감기와 비슷하다. 감염된 뒤 수일이 지나면 미열과 인후통, 식욕 저하가 나타난다. 이후 혀와 잇몸, 입천장, 입술 안쪽에 작은 물집과 궤양이 생기면서 통증이 심해진다.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어린아이는 갑자기 음식을 거부하거나 침을 많이 흘리고 보채는 모습으로 이상을 드러내기도 한다.
병명처럼 손과 발, 입안을 함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손등과 발등뿐 아니라 손바닥과 발바닥, 엉덩이에 붉은 반점이나 물집이 나타날 수 있다. 입안이 헐어 먹지 못하는데 손바닥이나 발바닥에도 발진이 보인다면 수족구병을 우선 의심해야 한다.
부모들이 가장 혼동하는 질환은 수두다. 두 질환 모두 열과 물집을 동반하지만 발진이 시작되는 장소와 퍼지는 방식이 다르다.
수두는 주로 얼굴과 몸통에서 발진이 시작돼 팔과 다리 등 전신으로 번진다. 붉은 반점과 물집, 고름이 찬 병변, 딱지가 한꺼번에 섞여 나타나고 가려움이 심한 경우가 많다. 반면 수족구병은 입안의 통증성 궤양과 손바닥·발바닥의 물집이 두드러진다. 엉덩이와 무릎 주변까지 발진이 생길 수 있지만 몸통 전체로 광범위하게 번지는 양상은 상대적으로 적다.
한마디로 아이가 몸을 긁으며 얼굴과 몸통에서 시작된 물집이 전신으로 퍼진다면 수두 가능성을, 음식을 삼키지 못하고 침을 흘리면서 손바닥과 발바닥에 물집이 보인다면 수족구병 가능성을 살펴야 한다. 다만 발진의 모양만으로 부모가 확정해서는 안 되며 의료진의 진찰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
수족구병이 무서운 또 다른 이유는 증상이 나아진 뒤에도 바이러스가 남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열이 내리고 물집이 가라앉았다고 곧바로 전파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급성기에는 침과 콧물, 물집의 진물을 통해 쉽게 퍼지고 이후에도 대변으로 바이러스가 상당 기간 배출될 수 있다.
특히 기저귀를 사용하는 영유아가 있는 가정과 보육시설에서는 기저귀를 갈아준 뒤 비누로 손을 씻어야 한다. 알코올 손소독제에만 의존하기보다 흐르는 물과 비누로 손가락 사이와 손톱 밑까지 꼼꼼히 닦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입에 물었던 장난감과 식기, 수건을 다른 아이와 함께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문손잡이와 놀이기구 등 손이 자주 닿는 물품도 반복해서 닦아야 한다.
대부분의 아이는 별도의 치료제 없이 3~7일가량 지나면 호전된다. 그러나 입안의 궤양이 심하면 물 한 모금도 삼키기 어려워 탈수로 이어질 수 있다. 이때 억지로 뜨겁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먹이면 통증이 더 심해진다.
맵고 짠 음식, 신맛이 강한 과일과 주스, 탄산음료는 피하는 것이 좋다. 충분히 식힌 죽이나 미음, 우유, 요거트처럼 부드럽고 시원한 음식을 조금씩 자주 먹이고 물도 한꺼번에 많이 마시게 하기보다 소량씩 반복해 먹이는 편이 낫다.
아이가 8시간 이상 소변을 보지 않거나 울어도 눈물이 나오지 않고 입술과 혀가 마른다면 탈수를 의심해야 한다. 축 처지거나 물조차 삼키지 못한다면 병원에서 수액 치료가 필요한지 확인해야 한다.
고열이 계속되거나 반복적인 구토, 심한 두통, 경련, 의식 저하가 나타날 때는 단순한 입안 물집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드물지만 수족구병이 무균성 뇌수막염이나 뇌염, 심근염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엔테로바이러스 71형 감염은 신경계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어 아이가 심하게 처지거나 평소와 다른 반응을 보이면 즉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수족구병 예방백신이나 원인 바이러스를 직접 없애는 치료제는 없다. 결국 가장 강력한 방어선은 손 씻기와 접촉 차단이다. 수족구병이 의심되는 아이를 해열제만 먹여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는 행동은 다른 영유아에게 감염을 확산시킬 수 있다.
윤기욱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수족구병이 의심되거나 진단된 경우 전염력이 약해질 때까지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단체생활을 중단하는 것이 감염 확산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여름비가 더위를 식혀줬다고 안심할 때가 아니다. 비가 그친 뒤 다시 찾아온 무더위 속에서 아이들의 손은 장난감과 놀이기구, 친구의 손을 끊임없이 오간다. 수족구병을 막는 출발점은 거창한 방역이 아니다. 아이의 손과 발, 입안을 한 번 더 살피고 어른이 먼저 손을 씻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