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용인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이들에게 하루 서너 시간의 이동은 피할 수 없는 일상이었다.
서울의 집값을 피해 거주지를 택했던 이들에게 용인은 단순한 ‘위성도시’이자 밤에 잠만 자고 나가는 ‘베드타운’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서울 강남과 판교, 분당은 물론 수원과 화성, 평택, 이천, 안성까지 경기 남부의 주요 산업도시들이 용인을 중심으로 촘촘하게 엮이고 있다. “직장은 평택 반도체 공장에, 배우자는 판교 IT기업에 다니며, 주거지와 생활권은 용인에 두는” 광역 생활 방식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수도권 교통망이 촘촘하게 연결되고 반도체 산업벨트가 경기 남부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용인이 서울의 배후도시를 넘어 수도권 전체를 연결하는 생활의 중심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거대한 지각변동의 중심에는 ‘반도체 산업지도’의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성에 속도가 붙고, 처인구 원삼면 일대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이 한창 진행되면서 용인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심장이자 거점으로 우뚝 섰다.
산업의 중심축이 이동하면서 교통과 물류, 인적 자원을 빨아들이는 용인의 연결력은 이제 행정구역의 경계를 완전히 허물어뜨리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산업지도가 있다. 삼성전자의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와 평택 캠퍼스,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이천 캠퍼스가 하나의 거대한 반도체 축을 형성하면서 용인은 산업의 중심에 자리하게 됐다.
연구개발과 생산, 협력업체와 물류가 경기 남부 전역으로 확장되면서 특정 도시 하나가 아닌 광역 생활권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교통망도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용인은 경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 용인서울고속도로,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 등 주요 도로망이 교차하는 입지에 있다.
여기에 국도 45호선 확장과 동용인IC, 동백IC 신설, 반도체고속도로 등 굵직한 교통 인프라 사업이 추진되면서 접근성은 더욱 향상될 전망이다. GTX와 광역철도망 확충 역시 수도권 이동 시간을 줄이는 핵심 사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JTX, 10만여명 서명 뜨거운 염원
이처럼 도로와 철도, 산업이 동시다발적으로 팽창하면서 용인을 관통할 신규 교통망 확충에 대한 요구도 그 어느 때보다 거세다.
최근 용인시를 비롯한 수도권 및 중부권 7개 지자체와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모여 ‘중부권 광역급행철도(JTX) 추진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한 것은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 잠실에서 시작해 경기 광주와 용인, 안성을 거쳐 충북 진천, 청주국제공항까지 134㎞를 잇는 JTX는 용인 처인구에서 서울 강남권 및 청주공항까지 30분대 이동을 가능하게 할 민간 제안 노선이다.
특히 이 노선은 한창 건설 중인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을 직접 관통하도록 계획되어 있어, 반도체 산업의 인력 수송과 물류 효율성을 극대화할 핵심 핏줄로 기대를 모은다.
현재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민자적격성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용인시민 5만여 명을 포함해 총 10만 5000여 명이 참여한 시민 서명부가 정부에 전달되는 등 조기 착공을 바라는 주민들의 열망이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 정부 발표 예정 ‘5차 국가철도망’ 쏠린 눈
용인의 교통지도를 새로 그릴 열쇠는 결국 올 하반기 정부가 발표할 굵직한 국가 계획들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오는 8월 ‘제6차 국도·국지도 건설계획(2026~2030년)’을 시작으로, 가을에는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6~2035년)’과 ‘제3차 고속도로 건설계획(2026~2030년)’이 순차적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특히 용인시가 사활을 걸고 국토교통부에 건의한 철도망 3대 핵심 노선의 반영 여부에 시민들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다.
시가 5차 국가철도망 계획 반영을 요청한 경기남부광역철도는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성남 판교, 용인 수지구 신봉·성복동, 수원 광교를 거쳐 화성 봉담까지 50.7㎞를 잇는 노선이다.
경기남부광역철도는 최근 경기도민 청원에서 1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공식 답변 1호 안건으로 확정될 만큼 주민 체감도가 높은 최우선 과제다.
일명 반도체선으로 불리는 경기남부동서횡단선은 이천 부발에서 용인 처인구 원삼면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와 이동·남사읍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을 거쳐 화성 전곡항까지 이어지는 89.4㎞의 철도로, 반도체 산업벨트의 핵심 동맥이다.
처인구민들의 염원이 담긴 경강선 연장선은 경기광주역에서 분기해 용인 남사까지 이어지는 37.97㎞의 노선으로, 남사 첨단산단과 이동읍 반도체 특화 신도시를 관통하는 사실상의 ‘반도체 국가철도’다.
■ 용인 교통망, 국가 경쟁력 좌우 핵심 인프라
도시의 가치는 더 이상 행정구역의 면적이나 인구수로만 평가받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사람과 일자리, 그리고 미래 산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가 구축되고 있는 용인에 있어 광역 교통망 확보는 단순한 ‘주민 편의’ 차원을 넘어, 국가 전략 산업의 성공과 대한민국 경제의 백년대계를 좌우할 중차대한 과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용인의 경쟁력이 서울 접근성 하나가 아니라 수도권 전체를 연결하는 광역 생활권의 중심이라는 점에서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서울과 판교, 수원, 화성, 평택, 이천을 잇는 교통과 산업의 연결축이 완성될수록 용인의 역할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올가을 순차적으로 공개될 정부의 도로 및 철도망 계획에 용인의 핏줄이 어떻게 새겨질지, 경기 남부를 넘어 중부권 전체를 품으려는 용인의 대담한 비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결의대회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13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결의대회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용인시 교통망지도.
용인시 주요도시 출퇴근 시간 현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