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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불편 하나가 도시를 바꿨다

용인 시민의 아이디어가 행정을 움직였다

 

용인신문 |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들어섰는데 화재가 발생한다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와야 할 것은 소화기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기둥 뒤나 어두운 곳에 가려 긴급 상황에서도 쉽게 찾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아이를 데리고 문화시설을 찾은 부모들은 또 다른 불편을 겪는다. 수유실에서 아이를 갈아입히거나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힐 때 마땅한 발판이 없어 아이를 안은 채 불편하게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공중화장실에서는 기저귀 교환대가 어디 있는지 몰라 한참을 헤매기도 한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지만 그냥 지나쳤던 이런 생활 속 불편들이 이제는 실제 행정 정책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용인시 기흥구는 시민들이 직접 제안한 생활밀착형 아이디어 가운데 우수제안 11건을 선정했다고 15일 밝혔다. 행정이 먼저 문제를 찾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일상에서 느낀 불편을 정책으로 연결하는 '생활 제안 행정'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이번 공모전은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두 달 동안 진행됐다. 생활안전과 교통, 육아, 주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모두 106건의 아이디어가 접수됐다. 구는 내부 심사와 제안공모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실현 가능성과 정책 활용도, 시민 체감 효과 등을 종합 평가해 최우수상 1건과 우수상 2건, 장려상 3건 등 모두 11건을 최종 선정했다.

 

최우수상에는 '지하주차장 내 눈에 잘 보이도록 소방안전시설 설치'가 선정됐다.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지만 화재 같은 긴급 상황에서는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시설을 보다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으로, 시민 안전을 높일 수 있는 현실적인 아이디어라는 평가를 받았다.

 

우수상에는 수유실과 화장실에 피팅용 간이발판을 설치해 부모와 아이가 보다 편리하게 시설을 이용하도록 하자는 제안과 공중화장실의 가족친화 다목적 화장실 및 기저귀 교환 공간 안내를 개선하자는 제안이 선정됐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실제 현장에서 겪는 불편을 세심하게 반영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밖에도 청사 전기차 충전소 유도선 설치, 민원실 민원신청서 작성 공간의 개인정보 보호 강화, 공영주차장 실시간 빈자리 안내 등 일상에서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한 생활 개선 아이디어가 우수 제안에 포함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번 공모에 접수된 아이디어 대부분이 거대한 개발사업이나 대규모 예산을 요구하는 사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시민들이 매일 겪는 작은 불편을 해결하자는 제안이 대부분이었다. 거창한 도시계획보다 생활 속 불편 하나를 해결하는 것이 시민들의 만족도를 더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행정 전문가들은 최근 지방자치의 경쟁력이 대형 개발사업보다 시민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생활행정의 품질에서 결정되는 추세라고 분석한다. 주민이 정책 수혜자에 머무르지 않고 정책 설계 단계부터 직접 참여하는 방식이 확산되면서 시민 제안이 지방행정의 중요한 정책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기흥구는 선정된 아이디어를 관련 부서와 함께 검토해 실제 구정에 반영할 계획이다. 입상자에게는 최우수상 100만 원, 우수상 각 50만 원, 장려상 각 30만 원, 입상 각 10만 원의 상금도 지급한다.

 

기흥구 관계자는 "공모전을 통해 시민들의 참신하고 실용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발굴할 수 있었다"며 "선정된 제안들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져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