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남성난임이라고 하면 대부분 정자 수가 적거나 운동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떠올린다. 그러나 최근 비뇨의학계에서는 전혀 다른 원인이 주목받고 있다. 고환에서는 정자가 정상적으로 만들어지지만 정자가 지나가는 길이 막혀 정액으로 나오지 못하는 '폐쇄성 무정자증'이다.
과거에는 선천적으로 정관이 없거나 정관수술의 후유증 정도로만 알려졌던 질환이었지만, 최근 연구들은 후천적인 염증과 미세 흉터가 폐쇄성 무정자증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사실을 잇달아 밝히고 있다.
무정자증은 더 이상 모두 치료가 어려운 질환이 아니며, 원인에 따라 충분히 치료하거나 자신의 정자로 임신까지 가능한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점에서 남성난임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폐쇄성 무정자증은 고환 기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정자가 이동하는 통로인 부고환과 정관, 사정관 가운데 어느 한 곳이 막혀 정액 속에 정자가 나오지 않는 질환이다.
남성 스스로는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성기능에도 이상이 없어 결혼 후 임신이 되지 않아 검사를 받다가 처음 발견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전체 무정자증 환자의 약 40%가 폐쇄성 무정자증으로 알려져 있으며, 비폐쇄성 무정자증과 달리 적절한 치료를 받을 경우 임신 가능성이 높은 질환으로 평가된다.
전문의들이 가장 주목하는 원인은 염증이 남긴 흉터다.
한 번 앓고 지나간 부고환염이나 전립선염, 요로감염, 클라미디아와 임질 같은 성매개감염이 치료된 뒤에도 내부 조직에는 미세한 흉터가 남을 수 있다.
이 흉터가 수년에 걸쳐 정자의 이동 통로를 서서히 좁히면서 결국 폐쇄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감기처럼 가볍게 지나갔다고 생각했던 염증이 수년 뒤 난임의 원인이 되는 셈이다.
특히 만성 전립선염은 사정관 폐쇄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정액량 감소나 혈정액증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특별한 증상 없이 무정자증만 발견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수술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어린 시절 서혜부 탈장 수술이나 음낭 수술, 골반 수술을 받은 뒤 정관 주변에 유착이나 손상이 발생하면 시간이 지나 폐쇄성 무정자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환자 상당수는 수십 년 전 받았던 수술 사실조차 잊고 지내다가 난임검사에서 처음 원인을 알게 된다. 드물지만 결핵성 감염 역시 정관이나 부고환을 막아 폐쇄성 무정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과거에는 무정자증이라는 진단 자체가 사실상 불임 선고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의료기술의 발전은 이러한 인식을 바꾸고 있다.
폐쇄성 무정자증은 고환에서 정상적으로 정자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현미경을 이용해 막힌 부위를 연결하는 정관복원술이나 정관-부고환 연결술을 시행할 수 있고, 복원이 어려운 경우에도 부고환이나 고환에서 직접 정자를 채취한 뒤 미세수정(ICSI)을 통해 임신을 시도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자신의 정자로 아이를 얻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폐쇄성 무정자증을 치료 가능한 남성난임으로 분류하고 있다.
최신 연구는 선천성 원인에 대한 이해도 넓히고 있다. 그동안 선천성 정관 결손은 CFTR 유전자 이상이 대표적인 원인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에는 ADGRG2 유전자 역시 중요한 원인 유전자로 확인되면서 유전자 진단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젊은 무정자증 환자에게는 단순한 정액검사만이 아니라 유전자 검사와 정밀 영상검사까지 함께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남성도 임신 준비 과정에서 적극적인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난임검사의 대부분이 여성에게 집중되는 경향이 있지만, 남성요인 난임은 전체 난임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특히 폐쇄성 무정자증은 정자를 만드는 능력이 아니라 정자가 지나가는 길의 문제인 만큼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 선택지가 크게 넓어진다.
반복되는 전립선염이나 부고환염을 가볍게 넘기지 말고, 결혼이나 임신을 계획하는 남성이라면 기본적인 정액검사와 전문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비뇨의학계의 공통된 조언이다.
'무정자증은 곧 불임'이라는 상식은 이미 깨지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정자가 없다는 결과가 아니라, 왜 정자가 나오지 않는지를 정확히 찾아내는 일이다. 남성난임 치료는 정자를 만드는 기술보다 막힌 길을 찾아 다시 열어주는 정밀의학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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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국제 학술지에 발표된 최신 연구 결과와 해외 진료지침, 국내 비뇨의학과 전문의의 의학적 검토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특정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하지 않으며, 실제 의학적 판단은 전문의 상담을 통해 이뤄져야 합니다.
※ 이미지: AI 생성 (ChatGPT, OpenAI) /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용 시각 자료입니다.
※ 이 기사는 아기성공연구소 제공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