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초복인데 삼계탕 한 그릇 먹는 것도 망설여집니다."
초복을 맞았지만 보양식의 상징인 삼계탕이 이제는 부담스러운 외식 메뉴가 됐다. 닭고기와 인삼, 찹쌀 등 식재료 가격이 오른 데다 인건비와 공공요금, 임대료까지 겹치면서 삼계탕 가격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여름철이면 당연하게 찾던 보양식이 이제는 가격부터 따져봐야 하는 음식으로 바뀌고 있다.
15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서울 지역 삼계탕 평균 가격은 올해 5월 기준 1만 8154원으로 조사됐다. 지난해보다 2.8% 올랐으며 5년 전과 비교하면 29.0%(4077원) 상승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는 평균 가격일 뿐이다. 서울 주요 상권의 유명 삼계탕 전문점에서는 이미 한 그릇에 2만~2만 5000원을 받는 곳이 적지 않다. 복날에는 특선 메뉴나 추가 재료가 더해지면서 3만 원에 가까운 가격을 받는 업소도 등장하고 있다.
가족 네 명이 삼계탕을 먹으면 식사비만 8만 원 안팎이다. 음료나 추가 메뉴까지 주문하면 10만 원에 육박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가족 외식의 대표 메뉴였던 삼계탕이 이제는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음식이 된 것이다.
가격 상승은 원재료만의 문제가 아니다.
육계 가격과 인삼, 찹쌀, 마늘, 대추 등 부재료 가격이 꾸준히 오른 데 이어 인건비와 임대료, 전기·가스요금까지 외식업 전반의 비용이 크게 증가했다. 외식업계는 원가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서울의 주요 외식 메뉴 가운데 삼계탕은 삼겹살에 이어 가장 비싼 수준이다. 냉면이나 비빔밥, 설렁탕보다도 가격이 높아 서민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더욱 크다.
고물가는 소비 풍경도 바꾸고 있다.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삼계탕 밀키트와 가정간편식(HMR)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손질된 영계와 육수, 찹쌀 등이 함께 들어 있어 집에서도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고 가격은 7000~1만 2000원 수준으로 외식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직접 재료를 구입해 끓이는 가정도 늘고 있다. 영계와 수삼, 찹쌀 등 삼계탕 재료를 구입해 집에서 만들어 먹으면 식당 가격의 절반 이하 비용으로 가족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밖에서 한 그릇 먹을 돈이면 집에서 네 식구가 먹는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가격 차이도 업종별로 뚜렷하다.
프랜차이즈 삼계탕 전문점은 대부분 2만 원 안팎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반면 전통시장이나 동네 식당에서는 1만 5000~1만 8000원 수준으로 판매하는 곳도 있지만 최근에는 이들 업소 역시 원가 부담을 견디지 못해 잇따라 가격을 올리는 추세다.
외식업계는 당분간 삼계탕 가격이 크게 내려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건비와 공공요금 부담이 계속되는 데다 여름철 닭고기 수요가 집중되는 중복과 말복에는 가격이 추가로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초복은 예부터 무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몸을 보하는 날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폭염보다 먼저 찾아온 고물가가 서민들의 밥상을 덮쳤다. 계절이 오면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기던 보양식 한 그릇이 이제는 '사치'처럼 느껴지는 현실. 올여름 시민들이 가장 먼저 이겨내야 할 것은 더위가 아니라 치솟는 물가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