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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횡단보도가 아이를 먼저 본다"…용인, AI가 지키는 통학길 열린다

17개 초등학교에 AI 스마트 횡단보도 설치
보행 느리면 신호 자동 연장, 위험 상황은 즉시 경고

 

용인신문 | 아침 8시,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 신호등이 깜빡이기 시작하면 아이들의 발걸음도 덩달아 빨라진다. 책가방이 몸집만 한 저학년 아이는 뛰어가고,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던 학생은 뒤늦게 횡단보도로 들어선다. 운전자도 신호가 바뀌기 전 지나가려 속도를 높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짧은 몇 초가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앞으로 용인의 초등학교 앞에서는 그 풍경이 달라질 전망이다. 사람이 직접 판단하기 전에 인공지능(AI)이 먼저 아이를 발견하고, 위험을 예측해 신호를 바꾸는 시대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용인시는 총사업비 10억 4000만 원을 투입해 오는 9월까지 용인초와 동백초, 대지초 등 초등학교 통학로 17곳에 AI 기반 '스마트 횡단보도'를 설치한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단순히 신호등을 교체하는 수준이 아니다. 횡단보도가 스스로 주변 상황을 판단하는 '지능형 교통안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스마트 횡단보도는 AI 딥러닝 기술이 보행자와 차량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어린이나 노약자처럼 걸음이 느린 사람이 신호 시간 안에 건너지 못할 것으로 판단되면 AI가 즉시 보행 시간을 자동으로 연장한다.

 

갑자기 아이가 뛰어나오거나 차량이 위험하게 접근하는 돌발 상황도 실시간으로 감지한다. 위험이 발생하면 전광판과 음성 안내를 통해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에게 즉시 경고를 보내 사고를 사전에 막도록 설계됐다.

 

기존 횡단보도가 '정해진 시간만 알려주는 신호등'이었다면, 스마트 횡단보도는 주변 상황을 스스로 판단하고 대응하는 교통안전 플랫폼인 셈이다.

 

용인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스마트 횡단보도는 시 첨단교통센터의 교통관제 CCTV와 24시간 연결된다. 현장의 영상과 교통 상황이 실시간으로 통합 관리되면서 사고 발생 가능성을 보다 빠르게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설치 대상은 처인구 왕산초와 능원초, 용인초를 비롯해 기흥구 동백초·구갈초·신갈초·서농초, 수지구 토월초·새빛초·대지초 등 모두 17곳이다.

 

용인시는 이미 올해 상반기 백현초와 둔전초, 대현초 등 29곳에 스마트 횡단보도를 구축한 데 이어 이번 사업까지 완료하면 AI 기반 어린이보호구역은 모두 46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시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앞으로 요양원과 경로당, 노인복지관 주변 등 노인보호구역 10곳에도 스마트 횡단보도를 확대 설치할 계획이다.

 

또 시스템에서 축적되는 보행량과 차량 흐름 등 교통 빅데이터를 분석해 신호 운영과 교통안전 정책까지 AI 기반으로 고도화한다는 구상이다. 단순히 사고를 막는 시설을 넘어 도시 전체의 교통 시스템을 스스로 학습하는 기반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상일 시장은 "돌발 상황을 스스로 인지하고 해결하는 첨단 스마트 교통 인프라를 촘촘하게 구축해 학부모들이 안심하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스마트 안전 도시'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교통사고는 대부분 몇 초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그 몇 초를 AI가 대신 판단하는 시대. 용인의 횡단보도는 이제 단순히 길을 건너는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의 안전을 먼저 살피는 '똑똑한 안전지킴이'로 진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