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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웰빙/의학)

치매, 혈압보다 무서운 건 '교육 격차'였다

세계 14개국 비교했더니…한국은 교육·고혈압·흡연 순
"나라마다 위험요인 달라…획일적 예방 아닌 맞춤 전략 필요“

AI생성이미지

 

용인신문 | 치매 예방이라고 하면 혈압을 관리하고 운동을 하며 담배를 끊는 것부터 떠올린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치매를 막기 위해 가장 먼저 살펴야 할 것이 따로 있다는 국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의외로 가장 큰 위험요인은 고혈압도, 흡연도 아닌 '낮은 교육 수준'​이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영국 런던에서 열린 알츠하이머협회 국제학술대회(AAIC 2026)에서 세계 14개 국가·지역 고령층 21만4천여 명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랜싯 건강한 장수(Lancet Healthy Longevity)​에도 게재됐다.

 

연구진은 교육 수준과 고혈압, 흡연, 신체활동 부족, 비만, 우울증, 시력 저하, 청력 저하, 당뇨병, 사회적 고립 등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지만 예방과 관리가 가능한 요인들을 국가별로 비교했다.

 

그 결과 한국에서는 중등교육 미만의 교육 수준이 가장 흔한 치매 위험요인으로 나타났다. 이어 고혈압, 흡연, 우울증, 시력 저하​가 뒤를 이었다.

 

반면 미국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다. 고혈압이 1위였고 흡연, 고콜레스테롤혈증, 비만, 신체활동 부족 순이었다. 영국과 서유럽은 흡연이 가장 큰 위험요인이었고, 동유럽은 고혈압이 1위를 차지했다. 같은 치매라도 국가마다 위험요인이 크게 달랐다는 의미다.

 

눈길을 끄는 것은 한국의 '교육'이다. 이는 학벌이 높고 낮음을 의미하기보다 어린 시절 충분한 교육을 받았는지, 평생 학습과 사회활동, 건강정보에 얼마나 쉽게 접근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독서와 학습, 사회활동 등을 통해 뇌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기회가 많아 인지 기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치매 예방 정책도 나라별 현실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비만과 고지혈증 관리가 중요할 수 있지만 한국은 교육 격차를 줄이고 고혈압과 흡연을 함께 관리하는 전략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나라가 달라도 공통점은 있었다. 고혈압과 고콜레스테롤혈증 같은 심혈관계 위험요인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고, 흡연과 음주 역시 동시에 나타나는 경향이 확인됐다. 결국 혈압·혈당 관리와 금연, 절주를 따로 접근하기보다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치매 예방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를 이끈 에마 니컬스 박사는 "치매 위험요인은 국가마다 다르지만 서로 연관된 위험요인들이 함께 나타나는 패턴은 공통적이었다"며 "국가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예방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치매가 노년의 문제가 아니라 평생에 걸쳐 쌓인 생활습관과 사회환경의 결과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치매를 줄이기 위해서는 병원에서 혈압만 재는 것이 아니라 교육 기회와 건강 격차까지 함께 줄이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