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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집값보다 대출이 복병” … 은행권, 가계 대출 ‘옥죄기’

연간 목표 80% ‘육박’ … 실수요자·이주민, 자금난 ‘진통’

용인신문 |

 

AI로 생성한 이미지.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은 “집값이 올라서가 아니라, 대출 문이 닫혀서 문제”라는 탄식이다.

 

은행 대출 문턱이 예상보다 빠르게 높아지면서 집을 사려던 매수자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집주인도 동시에 자금 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시장의 최대 변수가 이제 금리가 아니라 ‘대출 가능 여부’라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14일 금융권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대출을 전방위로 조이기 시작하면서 상승세를 타던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은행권이 이처럼 선제적으로 대출 규제에 돌입한 이유는 이미 상반기에 올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의 대부분을 소진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이달 초 기준 648조 3607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644조 9700억 원)과 비교해 불과 수개월 만에 3조 3907억 원이나 늘어난 규모다.

 

5대 은행이 연초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연간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가 약 4조 3400억 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올해가 절반가량 남은 시점에서 이미 연간 목표치의 80% 가까이 채운 셈이다.

 

심지어 5대 은행 중 3곳은 이미 연간 목표치를 초과 달성한 상태다.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재개를 앞두고 늘어난 주택 거래가 시차를 두고 대출에 반영된 데다, 신용대출까지 동반 상승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연간 총량 관리에 비상이 걸린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대출 한도를 깎아내리고 있다. 국민은행이 주택 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전격 축소한 것이 대표적이다.

 

모기지보험 가입을 중단하거나 대출모집인 접수를 제한하는 등 사실상 창구를 걸어 잠그자, 비교적 규제가 덜한 지방은행이나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수요가 몰리는 '오픈런'과 풍선효과까지 나타나고 있다.

 

금융권의 전방위적인 대출 조이기로 인해 그동안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던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단기적인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대출 의존도가 높은 서울 중하위 지역이나 수도권 외곽의 중저가 아파트 시장은 실수요자의 진입이 차단되면서 단기적인 거래량 감소와 가격 조정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같은 대출 규제가 부동산 시장 전반의 안정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공급 부족이 지속되는 선호 지역의 경우 대출 규제로 인한 가격 조정 효과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섣부른 대출 규제가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박탈하고, 재건축·재개발에 따른 이주민들이 이주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길거리에 나앉는 등의 애꿎은 피해자만 양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전월세 시장의 불안이다. 대출 한도가 줄어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이 늘고 있으며, 새 세입자 역시 전세대출 규제에 막혀 전월세 매물 부족과 보증금 미반환의 악순환이 깊어지고 있다.

 

하반기 부동산 시장은 가격이 아니라 ‘자금줄’에 의해 좌우되는 기형적인 국면에 접어들었다. 대출 규제가 가계부채 관리라는 명분을 넘어, 실수요자들의 주거 안정성까지 흔드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어 이에 대한 정교한 보완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