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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비 오는 날 빨래에서 나는 '그 냄새'의 정체

섬유가 아니라 세균

 

모락셀라균 번식의 최적 조건은 '젖은 시간'…수건이 가장 취약

 

용인신문 | 빨래는 분명 깨끗하게 했다. 세제도 넣었고 섬유유연제 향도 충분했다. 그런데 옷을 입는 순간 어디선가 퀴퀴한 냄새가 올라온다. 특히 수건이나 티셔츠는 한 번 냄새가 배면 다시 세탁해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비 오는 날이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전문가들은 냄새의 진짜 범인이 따로 있다고 말한다. 범인은 옷감이 아니라 젖은 빨래 속에서 증식하는 세균이다.

 

장마철 빨래 냄새는 단순히 덜 말라서 생기는 현상이 아니다. 빨래가 마르는 속도가 느려지는 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특유의 쉰내를 만들어낸다. 다시 말해 냄새를 만드는 것은 비가 아니라 '습도'와 '시간'이다.

 

대표적인 원인균으로 알려진 것은 '모락셀라(Moraxella)'다. 사람의 피부와 생활환경에도 존재하는 이 세균은 젖은 수건이나 운동복, 티셔츠에 남아 있는 땀과 피지, 단백질 성분을 먹이로 삼아 증식한다. 이 과정에서 지방산과 휘발성 화합물을 배출하는데, 이것이 바로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빨래 쉰내'다.

 

왜 하필 장마철일까. 이유는 건조 속도에 있다. 맑은 날에는 햇볕과 바람 덕분에 빨래가 빠르게 마르면서 세균이 번식할 시간이 부족하다. 하지만 습도가 80~90%까지 높아지는 장마철에는 수분이 오래 남아 세균이 활동하기에 최적의 환경이 된다. 같은 세제로 세탁했는데도 비 오는 날 냄새가 심해지는 이유다.

 

냄새가 가장 잘나는 빨래는 의외로 수건이다. 수건은 섬유가 두껍고 물을 많이 머금기 때문에 다른 의류보다 건조 시간이 길다. 여기에 샤워 후 남은 피부 각질과 피지 성분까지 더해지면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조건이 만들어진다. 운동복도 마찬가지다. 땀과 피지가 많이 남아 있어 세균 증식 속도가 빠른 편이다.

 

생활 속 습관도 냄새를 키운다. 세탁이 끝났는데도 빨래를 세탁기 안에 몇 시간씩 방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밀폐된 세탁조 내부는 따뜻하고 습해 세균이 다시 번식하기 좋은 공간이다. 세탁이 끝나면 가능한 한 바로 널어야 하는 이유다.

 

섬유유연제를 많이 넣는다고 냄새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향으로 냄새를 덮을 수는 있지만 세균까지 없애지는 못한다. 오히려 향과 쉰내가 뒤섞여 더 불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냄새를 없애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세균이 번식하기 전에 빨래를 빠르게 말리는 것이다.

 

실내에서 빨래를 말릴 때는 선풍기나 제습기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선풍기는 바람을 만들어 수분 증발을 빠르게 하고, 제습기는 실내 습도를 낮춰 건조 시간을 줄인다. 빨래를 널 때도 옷 사이를 촘촘히 붙이지 말고 손바닥 하나 정도의 간격을 두면 공기 순환이 원활해진다.

 

세탁기 관리도 중요하다. 세탁조 내부에는 세균과 곰팡이가 남아 있을 수 있어 한 달에 한 번 정도 세탁조를 청소하고, 세탁 후에는 문을 열어 내부를 충분히 말리는 것이 좋다. 냄새가 심한 수건이나 운동복은 의류 표시를 확인한 뒤 가능한 범위에서 따뜻한 물이나 산소계 표백제를 활용하면 세균 제거에 도움이 된다.

 

장마철 빨래 냄새는 계절의 냄새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이 남긴 흔적이다. 결국 냄새를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세제를 더 넣는 것이 아니라 세균이 자라기 전에 빨래를 먼저 말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