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1970~80년대만 해도 하루 두 갑씩 담배를 피우고 퇴근 후 소주잔을 기울이던 아버지들이 자녀 셋, 넷을 키우는 모습은 흔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건강검진에서 금연과 절주 권고를 받을 생활습관이지만, 당시에는 다산 가정이 드물지 않았다.
반면 요즘은 담배를 끊고 술도 줄이며 운동까지 하는 젊은 남성들이 난임병원을 찾는다. 생활습관은 더 좋아졌는데 왜 아이를 갖기는 더 어려워진 것일까.
생식의학계는 그 답을 단순히 담배나 술에서 찾지 않는다. 남성의 생식 환경 자체가 한 세대 만에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국제 연구는 그 변화를 수치로 보여준다. 지난 50년 동안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전 세계 남성 생식 건강에 다시 경고등이 켜졌다.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 하가이 레빈 교수 연구팀은 최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유럽인간생식배아학회(ESHRE) 연례학술대회에서 1972년부터 2019년까지 5개국 남성 11만8593명을 대상으로 한 종단연구 6편을 메타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남성의 평균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약 50년 동안 5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00년 이후 감소 속도는 더 빨라졌으며, 연평균 약 1%씩 꾸준히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연구진은 일시적인 통계 변동이 아니라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생물학적 변화로 해석했다.
테스토스테론은 흔히 '남성호르몬'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역할은 훨씬 넓다. 정자 생성은 물론 성욕, 근육량 유지, 골밀도, 에너지 대사, 기분 조절까지 남성 건강 전반을 좌우하는 핵심 호르몬이다. 수치가 떨어질수록 정자의 수와 운동성, 생식 기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다면 아버지 세대는 왜 상대적으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있었을까.
전문가들은 이를 "담배와 술이 괜찮았던 시대"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당시에도 흡연과 과음은 생식 건강에 해로운 요인이었다. 다만 출산을 둘러싼 환경이 지금과는 전혀 달랐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과거에는 대부분 20대 초·중반에 결혼해 생식능력이 가장 좋은 시기에 첫 임신을 시도했다. 여러 차례 자연임신을 시도할 기회도 많았다. 반면 지금은 초혼과 첫 출산 연령이 크게 높아졌고, 임신 시도 횟수 자체가 줄었다. 같은 수준의 생식능력 저하라도 과거보다 임신 성공률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된 것이다.
여기에 현대인의 생활환경 변화도 남성 생식 건강을 압박하고 있다.
연구진은 비만과 당뇨병 증가를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꼽았다. 체지방이 증가하면 테스토스테론 일부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으로 전환되고, 당뇨병은 시상하부와 뇌하수체의 호르몬 조절 기능을 떨어뜨려 남성호르몬 분비를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호르몬 등 내분비계 교란물질과 미세플라스틱, 만성 스트레스, 수면 부족, 운동 부족 같은 현대인의 생활환경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연구진은 환경 요인과 테스토스테론 감소 사이의 인과관계는 아직 추가 연구가 필요한 분야라고 설명했다.
레빈 교수는 "우리는 화학물질 노출과 건강하지 못한 생활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며 "남성 생식 건강은 이미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지만 사회적 관심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적 근거가 완전히 축적되기 전이라도 환경 노출을 줄이는 예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의 찬나 자야세나 교수도 "수십 년 동안 반복된 연구에서 같은 방향의 결과가 확인됐다는 점에서 매우 설득력이 있다"며 "남성 생식 건강이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남성호르몬 감소가 알려지면서 테스토스테론 보충제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테스토스테론을 외부에서 투여하면 뇌는 체내 호르몬이 충분하다고 인식해 고환에 정자를 만들라는 신호를 줄인다. 그 결과 정자 생성이 감소하거나 일시적으로 중단될 수 있다.
영국 맨체스터대학교의 앨런 페이시 교수는 "테스토스테론 보충제는 정력을 높이는 약처럼 광고되지만, 임신을 원하는 남성에게는 오히려 정자 생성을 억제할 수 있다"며 "남성 난임은 반드시 생식의학 전문의와 상담해 원인을 찾고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세대 전만 해도 난임은 여성의 문제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 생식의학이 보여주는 현실은 다르다. 남성호르몬 감소와 정자 건강 악화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인구 감소 시대를 살아가는 사회 전체의 건강지표가 되고 있다.
아버지 세대의 다산을 가능하게 했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 이제 남성의 생식 건강을 국가가 함께 관리해야 할 공중보건 과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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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유럽인간생식배아학회(ESHRE) 2026 연례학술대회 발표 연구와 국제 생식의학 전문가들의 논평, 남성 생식 건강 관련 최신 연구를 종합해 작성되었습니다. 특정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하지 않으며, 실제 의학적 판단은 전문의 상담을 통해 이뤄져야 합니다.
※ 이미지: AI 생성 (ChatGPT, OpenAI) /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용 시각 자료입니다.
※ 이 기사는 아기성공연구소 제공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