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궁금한 것이 생기면 습관처럼 포털 검색창을 열었다. 원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 수많은 링크를 클릭하고, 광고를 지나치고, 여러 페이지를 비교하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지금은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포털보다 먼저 생성형 AI를 연다. 검색어 대신 질문을 입력하고, 몇 초 뒤 정리된 답을 받아본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생성형 AI의 가장 큰 변화는 단순히 일을 빨리 처리해 준다는 데 있지 않다. 우리의 시간을 되돌려준다는 점에 있다. 보고서 초안은 몇 분 만에 완성되고, 긴 논문은 핵심만 추려 읽을 수 있으며, 복잡한 엑셀 함수나 프로그래밍 코드도 즉시 해결책을 얻는다. 글을 쓰는 사람은 표현을 다듬고, 기획자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학생은 어려운 개념을 쉽게 이해한다. 과거에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했던 일들이 이제는 누구나 혼자 해낼 수 있는 일이 되고 있다. AI는 사람을 게으르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의 능력을 몇 배로 확장시키는 도구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AI는 사람을 더 많이 생각하게 만든다. 한 번의 질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관점은 없을까”, “더 쉽게 설명해 달라”, “반대 의견도 알려 달라”며 대화를 이어갈수록 사고의 폭이 넓어진다. 과거 검색이 흩어진 정보를 모으는 과정이었다면 AI는 정보를 연결하고 재구성해 새로운 통찰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이제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정보를 아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반면 포털과 SNS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화했다. 필요한 정보를 찾으러 들어갔다가 어느새 할인 상품을 구경하고, 여행 영상을 보고, 유명인의 일상을 소비하며 시간을 보내는 일이 낯설지 않다. 검색했던 운동화는 며칠 동안 광고로 따라다니고, 한 번 관심을 보인 상품은 끊임없이 추천된다. 알고리즘은 우리가 오래 머물수록 성공하는 구조다. 더 오래 보고, 더 많이 클릭하고, 더 많이 소비할수록 플랫폼의 수익은 커진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의도하지 않은 또 하나의 습관을 갖게 됐다. 바로 비교다. SNS에는 해외여행, 고급 아파트, 명품, 맛집, 성공담이 끝없이 올라온다. 알고리즘은 평범한 일상보다 화려한 삶을 우선 보여준다. 사람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현실과 남의 하이라이트를 비교한다. 만족은 줄어들고 결핍은 커진다. 인터넷은 정보를 얻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소비 욕구와 상대적 박탈감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공간이 되어 버렸다.
흥미로운 점은 생성형 AI의 철학이 이와 정반대라는 사실이다. AI는 사용자를 오래 붙잡아 둘 이유가 없다. 질문에 가장 적절한 답을 가능한 한 빨리 제공하고 다음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다. 광고를 클릭하라고 유도하지도 않고, 충동구매를 부추기지도 않는다. 사용자의 시간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생산적인 일에 사용할 수 있도록 돌려준다. 바로 이 점이 생성형 AI가 기존 인터넷 서비스와 가장 크게 다른 지점이다.
물론 AI도 완벽하지는 않다. 틀린 정보를 제시할 수도 있고, 사실이 아닌 내용을 그럴듯하게 설명하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판단은 여전히 사람이 해야 하고, 출처를 확인하는 습관도 필요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AI가 인간의 사고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사고의 속도와 깊이를 높여주는 기술이라는 점이다. 산업혁명이 인간의 근육을 대신했고 인터넷이 인간의 기억을 확장했다면, 생성형 AI는 인간의 사고를 증폭시키는 첫 번째 기술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지금 인터넷의 새로운 분기점에 서 있다. 검색의 시대에서 질문의 시대로, 클릭의 시대에서 대화의 시대로, 소비의 시대에서 생산성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앞으로 사람들의 경쟁력은 얼마나 오래 인터넷을 사용했느냐가 아니라 인터넷을 얼마나 현명하게 활용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시간을 빼앗는 화면을 먼저 여는 사람과 시간을 돌려주는 도구를 먼저 여는 사람의 차이는 앞으로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생성형 AI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일하고 배우고 생각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