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무정자증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무정자증은 아닙니다. 정자가 있는데 나오지 못하는 경우와, 아예 정자를 만들지 못하는 경우는 치료 전략이 완전히 다릅니다."
남성불임 비뇨의학과 전문의 서주태 원장은 무정자증을 설명할 때마다 먼저 '길'과 '공장'이라는 비유를 꺼낸다. 복잡한 의학용어보다 이 비유 하나가 환자들에게 가장 쉽게 이해되기 때문이다.
"폐쇄성 무정자증은 공장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데 출하 도로가 막힌 상태입니다. 반대로 비폐쇄성 무정자증은 도로는 멀쩡하지만 공장 자체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상태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실제로 무정자증은 정액검사에서 정자가 전혀 관찰되지 않는 상태를 말하지만, 그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폐쇄성 무정자증(Obstructive Azoospermia)은 고환에서 정자가 정상적으로 만들어지지만 부고환이나 정관 등 정자가 지나가는 통로가 막혀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는 경우다. 선천적으로 정관이 없는 경우도 있고, 과거 감염이나 수술 후 유착 때문에 통로가 막히기도 한다.
서 원장은 "이 경우에는 고환이나 부고환에서 직접 정자를 채취하면 살아 있는 정자를 얻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시험관아기 시술(ICSI)과 연계하면 임신을 기대할 수 있는 환자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폐쇄성무정자증의 경우 TESE(테세) 시술 즉 고환 한군데만 채취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폐쇄성무정자증의 경우 고환에 정자가 많으므로 TESE만으로 충분히 정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 TESE시술은 현미경 필요없이 맨눈으로 고환표면의 현관들이 구분이 되므로 고환손상이 없이 간단하게 수술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고환의 아주 일부만 절개해서 정자 확보하면 되기 때문이다.
반면, 비폐쇄성 무정자증(Non-Obstructive Azoospermia)은 상황이 다르다.
"고환에서 정자를 만드는 기능 자체가 떨어져 있습니다. 즉, 길은 열려 있지만 생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입니다.“
염색체 이상, Y염색체 미세결실, 고환 기능 저하, 잠복고환, 항암치료 후유증 등이 대표적인 원인이다. 과거에는 사실상 임신이 어렵다고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현미경 미세고환정자채취술(micro-TESE)의 발전으로 일부 환자에서는 고환 속 미세한 조직에서 정자를 찾아낼 수 있게 됐다.
다만 결과는 환자마다 차이가 크다.
"비폐쇄성 무정자증이라고 해서 모두 정자를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모두 실패하는 것도 아닙니다. 호르몬 검사와 유전자 검사, 고환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뒤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서 원장은 무정자증 진단을 받았다고 지나치게 낙담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인터넷에서 '무정자증=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글을 보고 절망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 진료실에서는 원인을 정확히 구분한 뒤 임신에 성공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무정자증이라는 결과 자체보다 왜 정자가 보이지 않는지를 정확히 진단하는 것입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무정자증은 하나의 병명이 아니라 여러 원인이 포함된 진단명"이라며 "길이 막힌 것인지, 공장이 멈춘 것인지를 구분하는 순간 치료의 방향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