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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웰빙/의학)

"관절은 밤에 회복된다"…잠 부족이 무릎을 망친다

 

용인신문 | 잠을 자는 동안 우리 몸은 쉬는 것이 아니라 고장 난 곳을 고친다. 낮 동안 반복된 걸음과 계단 오르내리기로 닳은 연골은 밤사이 손상 부위를 복구하고, 염증을 가라앉히며 다음 날 움직일 준비를 한다. 하지만 잠이 부족하면 이 '야간 수리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결국 관절은 회복보다 손상이 더 많이 쌓이고, 그 결과는 수년 뒤 퇴행성 관절염이라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워싱턴대 의과대학 연구진은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약 50만 명의 건강자료를 분석한 결과, 수면 시간이 짧거나 수면의 질이 낮은 사람일수록 무릎과 고관절 골관절염 발생 위험이 유의하게 높았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관절염 케어 앤드 리서치(Arthritis Care & Research)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수면 시간과 불면 증상, 야간 교대근무 여부 등을 조사한 뒤 장기간에 걸쳐 골관절염 발생과 인공관절 치환술 시행 여부를 추적했다.

 

분석 결과 하루 6시간 미만 잠을 자는 사람은 7시간 안팎 수면을 유지한 사람보다 무릎 또는 고관절 골관절염 위험이 20~40% 높았다. 잠들기 어렵거나 자주 깨는 등 수면의 질이 낮은 사람도 비슷한 위험 증가가 확인됐다.

 

특히 야간 교대근무자는 무릎에서 영향이 더욱 뚜렷했다. 일반 근무자보다 무릎 골관절염 발생 위험은 24%, 무릎 인공관절 치환술 위험은 28% 높았다. 체중과 흡연, 만성질환 등 다른 위험요인을 보정한 뒤에도 이러한 연관성은 유지됐다.

 

연구진은 그 이유를 생체시계의 붕괴에서 찾았다. 우리 몸은 낮에는 활동하고 밤에는 손상된 조직을 복구하도록 설계돼 있다. 그러나 밤낮이 뒤바뀌면 관절 조직의 재생 과정도 함께 흔들린다. 여기에 수면 부족으로 염증 반응이 증가하고 통증을 조절하는 신경계 기능까지 약해지면서 연골 손상이 누적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연구 시작 당시 이미 관절이 아팠던 사람이 아니라 특별한 관절 통증이 없던 사람에게서도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관절이 아파 잠을 못 잔 것"이 아니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관절이 병들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골관절염은 단순히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비만과 근력 저하, 만성 염증, 생활 습관, 수면 부족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환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특히 야간 근무가 늘고 스마트폰 사용으로 취침 시간이 늦어지는 현대인의 생활 방식은 관절 건강에도 새로운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무릎 건강을 위해 운동과 체중 관리만큼 충분한 수면도 중요한 생활습관이라고 강조한다. 하루 7시간 안팎의 규칙적인 수면은 연골 회복과 염증 조절, 통증 민감도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골관절염 진행 속도를 늦추고 인공관절 수술 시기를 미루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잠은 최고의 보약'이라는 말은 이제 뇌와 심장뿐 아니라 무릎에도 해당하는 시대가 됐다. 관절은 우리가 걷는 동안 닳지만, 다시 살아나는 시간은 밤이다. 충분한 잠을 자지 못한다면 관절은 하루하루 조금씩 더 빨리 늙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