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회사에서는 1년을 일해도 내 것이 남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하루하루 매출이 쌓이는 게 보입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표를 내고 창업한다'는 말은 무모한 도전처럼 들렸다. 하지만 지금 청년들에게 창업은 마지막 선택지가 아니라 새로운 커리어가 되고 있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희미해지고, 번아웃과 구조조정, 고용 불안이 일상이 되면서 20·30대는 월급보다 '내 사업'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특히 거액을 투자하는 자영업이 아니라 트렌드를 읽고 빠르게 움직이는 '소자본 창업'이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편의점 업계에서는 이런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과거 은퇴한 중장년층의 생계형 창업으로 여겨졌던 편의점이 이제는 젊은 창업자들의 실험 무대로 바뀌고 있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올해 신규 경영주 가운데 20·30대 비중은 32.0%로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편의점뿐 아니라 무인매장, 디저트 전문점, 온라인 쇼핑몰, 스마트스토어 등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청년들이 창업을 선택하는 이유는 단순히 돈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시간을 내가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회사에서는 출퇴근 시간과 업무 방식, 휴가까지 조직이 결정하지만 창업은 모든 선택을 스스로 할 수 있다. 물론 책임도 온전히 자신이 져야 하지만, 그만큼 성과 역시 자신의 몫이라는 점이 젊은 세대에게는 더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소비시장 자체가 달라진 현실이 있다. 이제 유행은 기업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만든다. 인스타그램에서 화제가 된 디저트, 유튜브에서 소개된 음료, 틱톡에서 입소문 난 간식은 하루아침에 품절 상품이 된다. 시장의 변화 속도가 워낙 빨라지면서 대기업보다 오히려 작은 점포가 더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실제 요즘 젊은 점주들은 발주를 할 때도 감이 아니라 데이터를 본다. SNS 인기 게시물, 유튜브 리뷰, 온라인 커뮤니티, 경쟁사 판매 순위까지 분석해 상품을 들여온다. 과거 점주가 본사 지시에 따라 물건을 판매했다면 이제는 스스로 상품기획자(MD)이자 마케터가 되는 셈이다. 손님들이 무엇을 찾을지 먼저 읽고 움직이는 능력이 매출을 좌우한다.
창업 방식도 크게 달라졌다. 과거에는 점포를 임차하고 권리금을 내고 인테리어까지 해야 했지만 최근에는 본사가 점포를 마련하고 운영만 맡는 방식이나 공유주방, 무인 시스템 등 초기 투자 부담을 크게 낮춘 모델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청년들은 '큰돈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보다 '작게 시작해 경험을 쌓겠다'는 생각으로 창업에 뛰어들고 있다.
그렇다고 창업이 마냥 장밋빛인 것은 아니다. 폐기와 재고 관리, 직원 채용, 예상치 못한 인건비 부담 등은 여전히 큰 숙제다. 하루 24시간 매장을 책임져야 하는 부담도 적지 않다. 실제 창업 초기에는 발주 실패와 인력 공백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나 실패의 원인을 빠르게 분석하고 소비 흐름에 맞춰 전략을 바꾸는 젊은 창업자들은 이전 세대보다 적응 속도가 빠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흥미로운 것은 성공의 비결이 화려한 마케팅보다 오히려 기본에 있다는 점이다. 손님에게 먼저 인사하고, 단골의 취향을 기억하고, 필요한 상품을 미리 준비하는 작은 서비스가 지역 상권에서는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된다. 디지털 감각과 아날로그 서비스가 결합될 때 비로소 단골이 생기고 매출도 함께 성장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런 흐름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청년 고용시장이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 데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사무직 일자리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스스로 시장을 만들려는 젊은 층이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창업 역시 과거처럼 거액을 투자하는 승부가 아니라, 시장을 얼마나 빨리 읽고 고객의 변화를 얼마나 민감하게 포착하느냐의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좋은 회사'를 찾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 대신 '잘되는 시장'을 찾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평생직장이라는 단어가 희미해진 자리에서, 가장 빠르게 소비자의 마음을 읽는 사람이 가장 오래 살아남는 시대가 시작됐다. 이제 청년들이 창업하는 것은 편의점을 운영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변화를 기회로 바꾸는 법을 가장 먼저 배우기 위해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