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태어난 지 몇 분 되지 않은 아기가 스스로 숨을 쉬지 못한다. 의료진은 곧바로 신생아중환자실(NICU)로 옮겨 인공호흡기를 연결하고 심장과 폐 기능을 살핀다. 생후 몇 분의 처치가 평생의 삶을 좌우하는 순간이다. 그래서 신생아중환자실은 병원 안에서도 가장 긴장감이 높은 공간으로 꼽힌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그 마지막 보루가 병상이 아니라 의사 부족으로 흔들리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에서 신생아중환자실을 운영한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은 모두 107곳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10곳은 최소 1년 이상 운영을 중단한 경험이 있었다. 모두 종합병원이었다. 시설이 낡아서가 아니라 의료진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이번 통계가 의미하는 것은 단순히 병원 몇 곳이 문을 닫았다는 사실이 아니다. 국내 신생아 의료체계가 이미 곳곳에서 균열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신호라는 점이다.
출산율이 떨어지면 신생아중환자실 수요도 함께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은 현실과 다르다. 오히려 고령 임신 증가와 난임 치료 확대 등의 영향으로 조산아와 저체중 출생아는 꾸준히 늘고 있다. 전체 출생아 가운데 조산아 비율은 2014년 6.68%에서 지난해 10.13%로 높아졌고, 저체중아 비율도 5.71%에서 7.76%로 증가했다. 아이는 적게 태어나지만 집중치료가 필요한 아이의 비중은 오히려 커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을 치료할 의료진이 빠르게 줄고 있다는 데 있다.
신생아중환자실은 일반 병동과 달리 24시간 전문의가 상주하며 초미숙아와 선천성 질환, 중증 감염 등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고난도 의료 분야다. 하지만 이 분야를 선택하는 젊은 의사는 갈수록 줄고 있다.
신생아중환자실 전공의는 2018년 278명에서 2023년 102명으로 감소했고, 의정 갈등이 본격화된 2024년에는 8명까지 급감했다. 올해도 20명을 밑도는 수준이다. 전공의가 사라지면서 전문의들의 당직 부담은 더욱 커졌고, 결국 전문의마저 병원을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대한신생아학회가 최근 "전국 신생아중환자실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호소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방에서는 이미 신생아중환자실이 문을 닫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으며, 수도권 종합병원들 역시 의료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병상이 있어도 의사가 없으면 치료는 시작조차 할 수 없다.
정부는 의료분쟁 부담을 줄이고 필수의료 전문의를 보호하는 제도를 확대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고 본다. 의료사고 위험은 여전히 크고, 반복되는 당직과 과도한 업무 강도는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필수의료를 유지하려면 단순히 수가를 올리는 수준을 넘어 안정적으로 전문의를 양성하고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장기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출산 시대에 가장 역설적인 현실은 아이가 줄어도 신생아중환자실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어렵게 태어난 한 명의 아이를 건강하게 살려내는 것이 국가 경쟁력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병상이나 의료장비보다 먼저 지켜야 할 것은 결국 사람, 즉 그 병상을 지킬 의사들이다.
다행히 용인은 수도권에서도 국내 최고 수준의 신생아 집중치료 역량을 갖춘 분당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으로의 접근성이 뛰어난 지역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료 인프라도 전문 인력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신생아를 살리는 필수의료가 무너진다면 어느 지역도 안전지대가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지금의 위기는 특정 병원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의료체계 전체가 풀어야 할 과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