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그동안 가상자산 분쟁에서 승소 판결을 받고도 실제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법원은 "돌려주라"고 판결했지만 코인은 전자지갑 속에 있었고, 비밀번호는 채무자만 알고 있었다. 채무자가 자산을 다른 지갑으로 옮기거나 "비밀번호를 잃어버렸다"고 주장하면 판결은 사실상 종이 한 장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디지털 자산 시대에 법원의 판결보다 블록체인의 기술 구조가 더 강한 현실이었다.
이 같은 사법 공백을 메우기 위해 대법원이 처음으로 가상자산 강제집행 절차를 제도화했다. 압류부터 이전, 매각, 현금화까지 전 과정을 규정한 민사집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그동안 불명확했던 코인 집행 기준이 처음으로 법적 틀을 갖추게 됐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가상자산을 예금이나 부동산처럼 실제 집행 가능한 재산으로 본다는 점이다.
앞으로 법원이 압류명령을 내리면 거래소는 채무자의 코인을 임의로 이전하거나 인출하도록 허용할 수 없다. 집행관은 거래소 계정을 통해 코인을 이전받아 직접 매각하거나 거래소에 매각을 맡겨 현금화할 수 있다. 거래소가 아닌 개인 전자지갑에 보관된 가상자산도 집행 대상에 포함된다.
가장 큰 변화는 '판결 이전' 단계다.
기존에는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채무자가 코인을 다른 지갑으로 옮기면 사실상 추적과 회수가 어려웠다. 승소하더라도 이미 자산이 사라져 집행이 불가능한 사례가 반복됐다.
개정안은 이러한 허점을 막기 위해 가압류와 처분금지 가처분 절차를 도입했다.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 채무자는 코인을 다른 지갑으로 이전하거나 처분할 수 없으며 거래소 역시 자산 이동을 허용할 수 없다. 디지털 자산 특유의 '순간 이동성'을 법적으로 차단하는 장치다.
현금화가 어려웠던 비주류 가상자산 처리 방식도 달라진다.
그동안 일부 알트코인은 원화 거래가 지원되지 않아 압류하더라도 실제 돈으로 바꾸기 어려웠다. 이번 개정안은 거래량이 풍부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으로 교환한 뒤 매각하는 절차를 허용했다. 다만 거래가 사실상 중단됐거나 유동성이 거의 없는 일부 코인은 매수자가 없어 현실적인 환가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한계도 남는다.
이번 제도 마련은 최근 급증하는 가상자산 관련 민사 분쟁을 반영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법원에서는 코인을 돌려주라는 판결이 내려졌음에도 전자지갑 접근 권한이나 개인키 확보 문제 때문에 집행이 장기간 지연되는 사례가 반복됐다. 일부 사건에서는 코인을 반환할 수 없을 경우 당시 시세를 기준으로 손해배상을 명하는 우회적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다.
법조계는 이번 개정으로 "코인은 법원의 손이 닿지 않는 재산"이라는 인식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가상자산이 단순한 투자 대상이 아니라 실제 강제집행과 채권 회수 대상이라는 법적 지위를 사실상 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법원은 오는 8월 11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쳐 개정안을 확정한 뒤 10월 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이번 규칙이 시행되면 국내 민사집행 제도는 디지털 자산 시대에 맞춘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