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많이’보다 ‘안전한’ IVF 시대
시험관아기(IVF) 시술을 받은 뒤 난자 채취를 마치고 귀가한 여성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합병증 가운데 하나가 바로 '복수'다. 며칠 사이 배가 풍선처럼 부풀고 체중이 갑자기 늘거나 소변량이 줄고 숨쉬기조차 힘들어진다면 단순한 복부 팽만이 아니라 난소과자극증후군(OHSS)을 의심해야 한다.
과거에는 시험관아기 시술에서 비교적 흔하게 발생했던 합병증이었지만, 최근에는 치료 철학 자체가 달라지면서 중증 난소과자극증후군은 크게 감소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환자마다 다른 난소 반응을 예측하고 조절하는 난임의사의 경험과 숙련도가 있다.
난소과자극증후군은 여러 개의 난자를 얻기 위해 시행하는 과배란 유도 과정에서 발생한다. 난포가 과도하게 성장하면 난소에서는 혈관내피성장인자(VEGF)가 증가하고, 이 물질이 혈관의 투과성을 높이면서 혈액 속 수분이 혈관 밖으로 빠져나간다.
빠져나온 체액은 복강에 고여 복수를 만들고, 심한 경우에는 흉강까지 물이 차 호흡곤란을 유발한다. 겉으로는 배에 물이 차지만 실제 혈관 안은 오히려 탈수 상태가 되면서 혈액이 농축되고 혈전 발생 위험까지 높아지는 것이 이 질환의 특징이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IVF의 성공은 얼마나 많은 난자를 채취하느냐와 거의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한 번의 난자 채취에서 20~30개 이상의 난자를 얻는 사례도 흔했고, 가능한 한 많은 난자를 확보하는 것이 좋은 치료라는 인식도 있었다.
그러나 축적된 임상 경험은 난자의 개수가 많다고 임신 성공률이 비례해서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오히려 과도한 난소 자극은 난소과자극증후군을 비롯한 여러 합병증을 유발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신선배아이식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만들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최근 세계 생식의학은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
지금의 IVF는 '많이 얻는 치료'가 아니라 '안전하게 얻는 치료'를 목표로 한다. 따라서 난임의사들은 환자의 연령과 난소예비력(AMH), 기저 난포 수(AFC), 체질량지수(BMI), 다낭성난소증후군 여부, 이전 시술에서의 난소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과배란 주사의 종류와 용량을 결정한다.
대부분의 환자에서는 약 10~15개의 성숙 난자를 확보할 수 있도록 자극 강도를 조절하는 경우가 많으며, 불필요하게 난포를 많이 키우기보다 임신 가능성과 환자의 안전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현대 IVF의 기본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약의 종류보다 첫 용량을 어떻게 정하느냐이다. 생식의학 전문의들은 "과배란 주사는 정답이 있는 처방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난임전문의 서동호 동탄제일아이희망클리닉 원장은 "처음 진료실에 들어온 환자를 보면 초음파로 난소의 크기와 기저 난포 수를 확인하고, AMH 수치와 나이, 체질량지수, 이전 시술 결과까지 모두 종합해 첫 용량을 결정한다"며 "하지만 아무리 경험이 많아도 난소가 약물에 어떻게 반응할지는 시작 전에는 100%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서 원장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러하다
“과배란 유도에 사용하는 성선자극호르몬(FSH)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용량 차이가 매우 크다. 난소예비력이 크게 떨어진 환자는 하루 300IU 이상, 경우에 따라서는 450IU까지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인 IVF에서는 150~225IU 정도로 시작하는 경우가 흔하다. 반대로 다낭성난소증후군(PCOS)처럼 난소 반응이 매우 좋은 환자는 난소과자극증후군을 우려해 처음부터 훨씬 적은 용량으로 시작하기도 한다.”
최적의 과배란 용량을 정하는 것에도 난임의사의 경험이 중요하다. 같은 나이, 같은 AMH 수치를 가진 환자라도 난소의 반응은 놀랄 만큼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환자는 예상보다 난포가 적게 자라고, 어떤 환자는 며칠 사이 급격히 난포 수가 증가하면서 난소과자극증후군 위험이 높아진다. 경험이 많은 난임의사는 이러한 변화를 초기에 감지하고 약물 용량과 채취 시기를 적절하게 조정해 불필요한 과자극을 예방한다.
서 원장은 “시험관아기 시술의 경쟁력이 단순히 배양실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고 “배양실에서 좋은 배아를 만드는 기술 못지않게, 처음부터 난소를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건강한 성숙 난자를 확보하는 배란유도 전략이 임신 성공률과 환자의 안전을 함께 좌우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난소과자극증후군은 특히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 AMH 수치가 높은 여성, 젊은 연령층에서 비교적 흔하게 발생한다”며 “임신이 성립되면 태반에서 분비되는 hCG가 난소를 다시 자극하기 때문에 난자 채취 직후보다 며칠이 지난 뒤 복수가 갑자기 심해지는 '지연성 난소과자극증후군'도 나타날 수 있다. 하루 사이 체중이 2kg 이상 증가하거나 복부 팽만이 빠르게 진행되고 소변량이 감소하거나 호흡이 불편해진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니나 다를까, 난임병원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환자의 난소 상태에 맞춰 약물 용량을 세밀하게 조절하고, 난소과자극증후군 위험이 높으면 배란유도 방법을 변경하거나 예방약을 사용한다. 필요하면 수정된 배아를 모두 동결한 뒤 몸이 충분히 회복된 다음 배아이식을 시행하는 치료도 일반화됐다.
이 같은 변화로 인해 요즘은 중증 난소과자극증후군은 과거보다 크게 감소했다. 이제 시험관아기 시술의 목표는 난자를 많이 얻는 것보다 환자를 안전하게 치료하고 건강한 임신으로 이어가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복수가 생겼다고 해서 시험관아기 치료가 실패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은 적절한 치료와 경과 관찰을 통해 회복되며, 필요한 경우 초음파 유도하에 복수를 배액해 증상을 완화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증상을 방치하지 않고 조기에 진단받는 것이다.
시험관아기 시술은 이제 단순히 난자를 많이 얻는 경쟁이 아니다. 환자의 난소를 보호하고, 합병증을 최소화하며, 건강한 난자를 확보해 안전하게 임신으로 이어가는 정밀의학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결국 좋은 IVF란 난자를 가장 많이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환자마다 다른 난소의 반응을 읽고 가장 적절한 용량으로 가장 안전하게 난자를 키워내는 기술이다. 그리고 그 차이는 최신 치료 시스템과 이를 운용하는 난임의사의 경험과 숙련도에서 만들어진다.
※ 이 기사는 아기성공연구소 제공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