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앉아 있는 시간이 병을 만든다…걷지 않는 몸의 최후
아침에 차를 타고 출근한다. 회사에서는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있다. 점심도 건물 안에서 해결한다. 퇴근 후에는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을 본다. 그렇게 하루가 끝난다. 휴대전화 건강앱을 열어보니 걸음 수는 1000보도 되지 않는다. 실제로는 하루 10분도 걷지 않은 셈이다.
많은 사람들은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을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의학계는 조금 다른 경고를 내놓고 있다. 운동 부족보다 더 위험한 것은 ‘걷지 않는 생활’ 자체라는 것이다.
인간의 몸은 원래 걷도록 설계됐다. 다리 근육은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기관이 아니다. 혈액을 심장으로 밀어 올리는 제2의 심장이며, 혈당을 소비하고 지방을 태우고 염증을 조절하는 거대한 대사기관이다. 그런데 하루 종일 앉아 있고 걷는 시간이 10분도 되지 않으면 이 시스템 전체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은 혈당이다. 근육은 우리 몸에서 포도당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조직이다. 걷지 않으면 혈액 속 포도당이 남아돌고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한다. 결국 제2형 당뇨병 위험이 높아진다. "나는 단것도 많이 안 먹는데 왜 혈당이 오를까?"라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사실상 하루 대부분을 앉아서 보내는 경우가 많다.
체중도 빠르게 늘어난다. 걷기는 가장 쉽지만 가장 강력한 에너지 소비 활동이다. 하루 10분도 걷지 않으면 사용되지 못한 에너지는 지방으로 저장된다. 특히 내장지방이 늘어난다. 내장지방은 단순한 지방 덩어리가 아니다. 각종 염증물질을 분비하며 고혈압과 당뇨병, 지방간, 심혈관질환을 부르는 일종의 '질병 공장' 역할을 한다.
심장도 영향을 받는다. 걷는 동안 혈관은 확장되고 혈액순환은 활발해진다. 그러나 움직임이 줄어들면 혈관 탄력이 떨어지고 혈압은 서서히 상승한다. 결국 심근경색과 뇌졸중 위험까지 높아질 수 있다. 의사들이 "걷기만 해도 건강이 좋아진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에는 암과의 연관성도 주목받고 있다. 장시간 앉아 있는 생활은 대장암, 유방암, 자궁내막암 등의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들이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특별히 운동을 한다고 해도 나머지 시간을 대부분 의자에서 보내면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 더 무섭다.
근육 감소는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된다. 특히 40대 이후에는 움직이지 않는 것 자체가 근육 손실로 이어진다. 다리 근육이 줄어들면 기초대사량이 감소하고 체중은 더 쉽게 늘어난다. 계단이 버거워지고 오래 걷는 것이 힘들어진다. 결국 더 움직이지 않게 되고 근육은 더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진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생식기능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남성의 경우 운동 부족과 복부비만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감소와 정자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비만 남성은 정상 체중 남성에 비해 정자 수와 운동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성 역시 활동량이 지나치게 적으면 인슐린 저항성과 만성 염증이 증가하면서 배란 기능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다낭성난소증후군 여성은 걷기와 체중 감량만으로도 배란 기능이 회복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다시 말해 걷는다는 것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호르몬과 생식 건강을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생리 활동인 셈이다.
뇌 역시 예외가 아니다. 걷기는 뇌혈류를 증가시키고 기억력과 집중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반대로 활동량이 극도로 적은 사람은 우울감과 무기력, 인지기능 저하 위험이 높아진다. 몸만 늙는 것이 아니라 뇌도 함께 늙어가는 것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이런 변화가 수년 뒤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연구에 따르면 활동량이 급격히 줄어들면 불과 며칠 만에도 혈당 조절 능력이 떨어지고 근육의 인슐린 민감성이 감소하기 시작한다. 몸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게으른 생활에 적응한다.
그렇다면 얼마나 걸어야 할까. 반드시 하루 1만 보를 채울 필요는 없다. 최근 연구들은 하루 6000~8000보 정도만 걸어도 사망 위험과 심혈관질환 위험이 의미 있게 감소한다고 보고한다. 중요한 것은 기록 경쟁이 아니라 꾸준한 움직임이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고, 식사 후 10분만 걸어도 몸은 반응하기 시작한다. 혈당은 내려가고 혈액순환은 좋아진다. 인간의 몸은 놀라울 정도로 쉽게 망가지지만, 동시에 놀라울 정도로 쉽게 회복되기도 한다.
하루 10분도 걷지 않는 삶. 그것은 단순한 운동 부족이 아니다. 당뇨병과 비만, 고혈압, 심장병, 치매, 암의 위험을 높일 뿐 아니라 정자와 난자의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인간은 원래 걷도록 만들어진 동물이다. 걷기를 멈추는 순간 몸은 생존에 꼭 필요하지 않은 기능부터 하나씩 줄여 나간다. 그리고 그 목록에는 근육도, 혈관도, 뇌도, 생식능력도 포함될 수 있다. 어쩌면 스마트폰 건강앱에 찍힌 오늘의 걸음 수가 10년 뒤 당신의 건강검진 결과를 미리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 문경용(41) 아이오라여성의원 원장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출신으로 마리아병원과 부산마리아병원 원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난소기능저하, 반복 착상 실패, 고령 난임 등 일반 난임 치료로 해결이 어려운 고난도 난임 케이스를 중심으로 진료와 시험관아기 시술을 시행하고 있다.
※ 본 칼럼에 사용된 이미지는 생성형 인공지능(ChatGPT, OpenAI)을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로, 실제 인물이 아닌 가상의 인물입니다.
※ 이 기사는 아기성공연구소 제공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