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대한민국이 역사상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는 거대한 ‘소득 공백’의 터널에 진입하고 있다. 60세에 정든 직장을 떠나지만, 국민연금은 65세가 되어서야 나오는 ‘5년의 빈틈’이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1969년생 이후 출생자부터 적용되는 이 잔인한 시차는 수백만 명의 은퇴자를 안정적인 소득 없는 빈곤의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있다.
이미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선 초고령사회 대한민국에서 ‘정년 65세 연장’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회적 생존 과제다.
그러나 이 논쟁은 단순히 근로 기간을 5년 늘리는 차원으로 해결될 수 없는 과제다.
국가재정과 연금제도, 기업의 생존, 그리고 세대 간 일자리 전쟁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가장 비싼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우리 사회가 왜 이 문제를 가장 심각한 최우선 현안으로 다루어야 하는 이유다,
△ 연금 개혁의 부메랑 … ‘소득 절벽’과 노후 빈곤 ‘공포’
정년 연장 논의의 발단은 국민연금 수급 연령의 단계적 상향이다. 국가가 국민연금 재정 고갈을 막기 위해 연금 지급 시기를 65세로 늦추었지만, 법정 정년은 여전히 60세에 멈춰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가 “국가가 지급을 미뤄놓고 생계 부담을 노동자에게 전가한다”며 즉각적인 정년 65세 법제화를 요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거처럼 자녀가 부모의 노후를 부양하는 문화는 사라진 지 오래다. 지금의 청년 세대는 극심한 취업난과 고물가, 주거비 부담에 눌려 부모를 떠안을 여력이 없다.
결국 은퇴자들은 생존을 위해 경비, 주차관리, 단순 서비스직 등 저임금 노동시장으로 내몰린다.
수명은 늘고 60대의 건강 상태는 청년 못지않은데,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해 고령층의 빈곤율만 치솟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 정년연장, 임금체계 개편 ‘핵심’
그러나 조건 없는 정년 연장은 기업에 치명적인 부메랑이 된다. 한국 기업들의 임금 구조는 여전히 근속연수에 따라 호봉이 오르는 ‘연공급(호봉제)’ 형태가 압도적이다.
고령 근로자의 인건비가 청년층보다 몇 배나 높은 구조에서 정년만 5년 연장된다면 기업들이 감당해야 할 인건비 폭증은 상상을 초월한다.
여기에 인공지능(AI)의 확산으로 기업들이 사무·관리직 인력을 축소하는 구조개편까지 겹쳐, 노동시장 전반의 유연성은 더욱 얼어붙고 있다.
결국 성공적인 정년 연장을 위한 절대적 전제조건은 ‘임금체계 개편’이다. 나이가 많다고 임금을 더 주는 방식이 아니라, 맡은 직무와 성과에 따라 보상하는 직무급제로의 과감한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정년 연장에 앞서 기존 직장에서 다시 계약을 맺는 재고용 제도 확대, 일정 연령 이후 임금을 줄이는 임금피크제 등의 완충 장치가 병행되어야 한다.
이미 초고령사회에 먼저 진입한 일본과 독일 등 주요 선진국들도 임금체계 개편과 재고용 방식을 유연하게 결합함으로써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했다.
고령 숙련 인력을 활용하면서도 기업의 비용 부담을 낮추는 상생의 타협안 없이는 정년 연장의 문턱을 넘을 수 없다.
△ 청년, 취업 장벽 … 정부, 대안 제시 필요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청년층의 불안과 반발도 간과할 수 없다. 취업 문턱이 극도로 높아진 상황에서 기업이 고령층 고용을 유지하면 신규 채용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년 65세가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사다리지만, 청년들에게는 일자리 진입을 가로막는 거대한 벽이 되는 셈이다.
이 심각한 세대 간 일자리 갈등과 사회적 비용을 해소할 주체는 결국 정부다.
정부는 노·사·정 대타협의 중재자를 넘어, 실질적인 제도적·재정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고령자를 계속 고용하거나 재고용하는 기업에는 과감한 세제 혜택과 고용지원금을 제공하고, 기업이 절감한 인건비 재원을 청년 신규 채용에 의무적으로 투입하도록 유도하는 연계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이와 함께 노동계가 우려하는 편법적 구조조정을 막기 위해 취업규칙 변경 특례의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하고, 청년들이 선호하는 고부가가치 미래 일자리를 창출하는 거시적 활로를 열어주어야 한다.
△ 정부‧정치권, 5년 비용 “대안 제시 나서야”
국회와 노동계, 재계가 대립하는 숫자는 ‘60세와 65세 사이의 5년’이다. 하지만 그 5년은 대한민국 노동시장과 세대 간 계약을 완전히 다시 써야 하는 가장 무거운 시간이다.
정년을 늘리지 않으면 노인 빈곤이 파국으로 치닫고, 대책 없이 정년만 늘리면 청년 일자리와 기업의 경쟁력이 무너진다.
어느 쪽도 단독으로 비용을 짊어질 수는 없다. 정부가 나서서 임금체계 개편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세대 상생형 일자리 모델이라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정년 연장은 해소되지 않는 잔인한 세대 갈등의 상흔으로 남을 것이다. 이제 정부의 책임 있는 결단과 대안 제시가 필요한 때다.
AI 생성 이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