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정년 65세 연장이 한국 사회 최대 노동 현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노동계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즉각적인 입법을 요구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인건비 폭증과 청년 고용 위축을 우려하며 맞서고 있다. 연금 개혁의 후폭풍이 결국 정년 논쟁으로 번진 것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16일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조건 없는 정년 65세 연장 법안을 처리하라"고 촉구했다. 양대 노총은 정년 연장과 연계한 임금 삭감이나 재고용 제도 확대, 취업규칙 변경 특례 등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동계가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연금 때문이다.
현재 법정 정년은 60세지만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단계적으로 늦춰져 1969년 이후 출생자는 65세부터 연금을 받게 된다. 문제는 그 사이 5년이다. 직장에서 퇴직한 뒤 연금을 받기 전까지 소득이 끊기는 이른바 '소득 절벽'이 발생한다.
노동계는 "국가가 연금 지급 시점을 늦춰놓고 정년은 그대로 두는 것은 사실상 은퇴자에게 생계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년 연장이 반드시 해답인지는 논란이 적지 않다.
기업들은 정년을 일괄적으로 65세까지 늘릴 경우 인건비 부담이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유지하는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경우 고령 근로자 인건비가 청년층보다 훨씬 높은 경우가 많다. 기업 입장에서는 신규 채용을 줄일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년층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청년 실업률은 공식 통계보다 체감 수준이 훨씬 심각하다. 취업 준비생과 공무원 시험 준비생, 구직 단념자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청년 일자리 부족은 국가적 문제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정년이 연장되면 일자리 진입 문이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공지능(AI) 확산도 변수다.
기업들은 이미 사무직과 관리직을 중심으로 인력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일부 업무는 AI가 대체하고 일부는 인력을 줄이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노동 수요 자체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정년 연장은 노동시장 전체의 유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 역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60세인 법정 정년을 단계적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단계적 연장도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 정년을 앞둔 세대는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정년 연장 논쟁의 본질은 단순히 5년을 더 일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누가 고령화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의 문제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나라다.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이미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정년을 늘리지 않으면 노인 빈곤이 커지고, 정년을 늘리면 청년 일자리와 기업 부담이 커진다. 어느 쪽도 쉬운 선택이 아니다.
정년 65세 논쟁은 이제 노동정책이 아니라 연금, 복지, 청년고용, 국가재정이 충돌하는 거대한 사회계약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 국회가 마주한 질문은 단순하다.
"누가 5년의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
그 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정년 연장 논쟁은 앞으로도 한국 사회 최대의 세대 갈등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