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용인특례시의 110만 인구 돌파는 단순한 외연적 확장이 아니다. 그것은 110만 개의 독자적인 삶과 이해관계, 그리고 미래를 향한 기대가 공존함을 뜻한다. 흔히 당파성을 정당에 대한 맹목적 추종으로 오해하곤 한다. 본질적 당파성은 개인이 처한 현실과 삶의 궤적에서 비롯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선택의 출발점이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말처럼 “정치는 인간의 복수성(plurality)에 기반하며, 우리는 서로 다르기에 비로소 정치적 존재가 된다.” 그러므로 이번 선거는 획일화된 표심이 아니라, 110만 용인시민이 저마다의 삶 속에서 치열하게 일구어낸 고유한 소신과 정체성의 결과이다. 민심이라는 거대한 흐름이 가장 역동적인 정치적 복수성으로 증명된 셈이다.
무엇보다 선거기간에는 자신의 정체성을 완전히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 정치적 소신을 한낱 좌우의 이념논쟁으로 매도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다. 결국 많은 유권자는 피로감을 피하려 ‘침묵’을 택한다. 냉소의 시대에 무관심이 무지는 아니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는 가장 강력한 자기 보호이자 세련된 생존 전략의 하나일 수 있다.
투표소는 견고한 방어기제가 해제되는 해방의 공간이다. 여론조사에 포착되지 않던 민심과 현실적 계산이 투표용지 위에서 비로소 가장 솔직하게 투영된다. 지난 6·3 지방선거는 침묵하던 다수의 표심이 일제히 작동하여 용인의 새로운 정치 지형을 정교하게 디자인한 결과물이었다.
이번 선거의 가장 상징적인 변곡점은 용인 자치 행정 역사상 최초의 ‘재선 시장 탄생’이다. 1996년 시 승격 이후 다수의 시장이 비리와 청탁으로 처벌되었던 잔혹사의 효시를 끊어낸 것이다. 시정의 연속성을 가로막던 해묵은 징크스를 마침내 타파했다. 이상일 후보의 재선 성공 요인은 명확하다. 반도체 산단의 직접적 수혜지인 처인구와 사업의 지속성을 갈망한 수지구 유권자가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결과다.
흥미로운 대목은 각 선거 결과가 보여주는 ‘절묘한 엇박자’에 있다. 용인시민들이 발동한 자기 방어기제는 권력의 독점이 가져올 독단을 경계하며 ‘분점과 견제’라는 정교한 해법을 도출했다. 시장은 야당 후보를 선택하여 대규모 반도체 산단과 '용인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영속성을 보장했다. 반면 경기도의원 선거에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11석 중 10석을 몰아주는 압승을 안겼고, 시의회 역시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도록 설계했다. 야당 시장의 독주를 힘있는 여당 의회가 감시하되 무조건적인 발목잡기는 불가능하도록 시장에게 행정적 권위를 부여한 고도의 균형 감각이다.
이제 행정의 책임은 ‘이상일 시장 2기’ 체제의 몫으로 돌아왔다. 용인 르네상스 시즌2의 성패를 가를 교통 인프라 확충과 국비 확보 등 산적한 과제가 전면에 떠올랐다. 이를 해결하려면 여당 소속 지역 국회의원들과 여당이 장악한 도의회·시의회의 전폭적인 협조가 필수적이다.
역사상 가장 찬란한 성세를 이룩했던 세종대왕은 신념과 가치관이 다른 인사라도 국익을 위해서라면 과감히 중용했다. 자신과 치열하게 대립했던 황희 정승을 영의정으로 삼아 18년간 정사(政事)를 맡긴 포용의 정치는 오늘날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 현재 용인의 야당 시장에게 요구되는 조건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 진영의 벽을 유연하게 넘나드는 정치적 도량과 이견(異見)을 가진 이들까지 설득해 내는 소통의 미학이 필요한 시점이다.
6월 3일, 용인의 민심이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침묵을 선택했던 다수의 유권자는 철저하게 지역의 미래와 실익만을 응시했다. 이들은 발전을 위해 오랜 관행을 깨부수는 과감함과 권력의 독점을 용인하지 않는 보수성을 동시에 발휘했다. 이제는 지역 정치권이 시민들의 요구에 응답해야 할 차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