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빵
윤희경
그날의 식탁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
그늘과 온기 사이, 내가 앉은 자리만 미세하게 움푹했다
나는 식은 국처럼 조용히 가라앉았다
혀끝의 작은 가시들이 들썩이며
마음의 밑바닥을 긁었다
입술을 떠난 말은 빛으로 번질 수 있을가
오래 씹을수록 질감이 돋아나는 검은 빵
목을 잠시 멎게 하는 단단한 결
묻지 않기로 한 울음이 빵 속에 숨어 있었다
먹다 남긴 하루 곁에
빵 한 조각이 굳어 있었다
시집 <말이 사라진 자국> 중에서
약력: 2022년 재외동포문학상
제10회 경북일보문학대전
제9회 동주해외작가상 수상
시집 『대티를 솔티라고 불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