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한글교실서 예쁜 삽화 매력에 빠져
그림 그리기 시작… 자녀들 아낌없는 응원
꽃·개구리·참새·각종 곤충 생생히 담아내
용인신문 | 용인시 처인구 양지읍 정수리에는 요즘 동네의 자랑거리가 된 ‘화가 할머니’가 살고 있다. 올해 여든다섯의 윤현순 할머니가 주인공이다. 거실 문을 열자 곤충, 개구리, 토끼, 온갖 꽃과 나무 등 형형색색의 그림들로 가득 차 있어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윤 할머니가 붓을 잡은 것은 불과 2년 전인 2024년, 정수리 마을회관에서 열린 한글 교실이 계기였다. 글씨를 익히던 중 교과서에 실린 예쁜 삽화에 마음을 빼앗겨 따라 그리기 시작한 것이 뒤늦은 화업(畵業)의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종이가 없어서 달력이나 벽지에다 그렸어요. 손주가 어렸을 때 쓰던 크레파스나 볼펜을 가져다가 무작정 그렸지요. 얼마 뒤에 자식들이 그걸 보고는 깜짝 놀라면서 스케치북이랑 물감을 넉넉하게 사다 줬어요. 그때부터 신이 나서 날마다 그렸죠.”
할머니 눈에 띄는 아름다운 것은 모두 그림 소재가 된다. 화단의 꽃, 쌀 항아리의 참새, 심지어 어린 시절 기억 속 매미까지 도화지에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2시간에 한 작품을 완성할 만큼 손이 빠른 할머니는 거미 다리 하나도 정교하게 그려낸다. 더구나 그린 그림을 오려내 다른 작품에 붙이는 꼴라주 기법까지 스스로 터득해서 작품을 완성할 정도로 남다른 감각을 자랑한다.

사실 할머니는 어린 시절 고향 이천에서 ‘똘똘이’로 불릴만큼 공부도 잘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6.25와 가난때문에 학업이 중단됐지만,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혼자 그림을 그리며 놀았고, 10대 때 수놓은 작품이 팔릴 만큼 손재주가 좋았다. 하지만 24세에 용인으로 시집온 후, 시부모 모시고 자식을 키우며 농사짓고 사느라 바빠 60년 가까이 재능을 묻고 살아야 했다.
최근 자식들은 미술 학원을 권했지만, 할머니는 귀가 어두워 수업에 방해가 될까봐 사양하고 집에서 독학으로 열정을 불태운다. 버려진 깨진 박도 할머니 손을 거치면 멋진 표주박 작품이 된다.
이웃 주민 한영순 할머니는 “옆집 살며 평생을 봤는데, 배운 적도 없이 기억과 상상만으로 정교하게 그리는 걸 보면 얼마나 대단한지 모른다”며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그렸으면 엄청난 화가가 되어 있을 것"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놀러온 또 다른 이웃 할머니도 가세해 전시회를 열어야 한다며 입을 모은다. 도화지 위에 매일 아름다운 풍경을 채워가는 윤현순 할머니의 황혼은 그 어느 때보다 찬란하고 행복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