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신문 | “만성절 전야에 죽은나무가 고사리빛에 풍파를 몰고 올지니, 달이 지기 전 죽은나무숲에 있는 자는 영영 사라지리라.” (43쪽)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순간이 이렇게 무시무시한 예언으로 회자되고 있다면? 그리고 예비된 도착지가 무한한 고통을 느끼는 곳이라면? 이런 상상으로 시작되는 동화가 『죽은나무숲의 죽다 만 여우』이다.
죽다 만 여우 클레어는 죽은나무숲에서 떠도는 영혼을 사후세계로 안내한다. 하지만 그를 괴롭히는 것은 헤스터파울의 예언이다. 예언의 주인공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만 오소리 생강촉새와 지내며 점점 예언이 실현되고 있음을 깨닫는다. 클레어는 부정하고 싶은 현실을 자신의 의지로 극복할 수 있을까?
이 동화는 클레어가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죽음이라는 소재를 정면으로 다룬다. “날 쫓아낼 순 없어요! 길잡이 일은 내 전부고, 나 자신인데, 이대로 빼앗기지 않을 거예요!”(171쪽.)라며 자신 앞에 주어진 운명을 거부하는 클레어. 두려움에 결정을 못하는 클레어를 움직인 건 생강촉새와 클레어 자신이다.
죽음이라는 소재 때문에 동화는 슬프고 진지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유쾌하다. 수시로 등장하는 서술자의 목소리도 이야기 읽는 재미를 더한다. 생강촉새와 구가 클레어에게 하는 조언도 눈여겨 볼 일이다. 둘은 클레어에게 자신을 돌보라고 조언하지만 의도는 서로 반대인데 두 인물의 의도가 어떤 사건을 만들어내는지 관찰하는 재미도 있다. 생강촉새가 건네는 다정한 말들 속에 우리 삶을 투영해 보길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