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많은 사람들이 성병을 과거의 질병으로 생각한다. 항생제가 있고 의료기술이 발전한 시대에 성병은 이미 해결된 문제라고 믿는다. 그러나 실제 진료 현장은 전혀 다르다. 지금도 클라미디아와 임질은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감염질환 가운데 하나다. 특히 젊은 연령층에서 자주 진단되며 문제는 상당수가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성병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생식기에 상처가 생기거나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는 질환을 떠올린다. 하지만 실제 성병은 훨씬 교묘하다. 몸은 멀쩡한 것처럼 느껴진다. 일상생활에도 큰 지장이 없다. 그러나 균은 조용히 요도와 생식기관을 따라 이동하며 염증을 일으킨다. 그리고 어느 날 난임, 만성 골반통, 정액 이상, 반복되는 생식기 통증이라는 형태로 모습을 드러낸다.
대표적인 세균성 성병으로는 클라미디아와 임질이 있다. 두 질환 모두 적절한 항생제 치료를 받으면 완치가 가능하다. 문제는 치료받지 않았을 때다. 성병균은 단순히 요도에 머물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더 깊은 곳으로 침투한다.
남성의 경우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기관 중 하나가 부고환이다. 부고환은 고환에서 만들어진 정자가 저장되고 성숙하는 장소다. 성병균이 요도를 따라 올라가면 부고환염이 발생할 수 있다.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염증은 고환까지 번져 고환염을 일으킨다.
초기에는 소변을 볼 때 따갑거나 분비물이 나오는 정도다. 그러나 일부 환자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 이것이 가장 위험한 부분이다. 증상이 없다는 것은 병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조용한 시기에 손상이 진행될 수 있다.
심한 부고환염과 고환염은 음낭 부종과 통증을 일으킨다. 더 심한 경우에는 고환 조직이 위축되기도 한다. 고환은 단순히 정자를 만드는 기관이 아니다. 남성호르몬을 생산하고 미래의 생식능력을 유지하는 핵심 장기다. 고환 조직이 손상되면 정자 수가 감소할 수 있으며, 정자의 운동성과 형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성병에 의한 만성 염증이 정자의 DNA 손상률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들도 보고되고 있다. 겉으로는 정자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수정 능력이나 배아 발달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즉 성병은 정자의 숫자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정자의 질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
정자의 이동 통로가 막히는 것도 큰 문제다. 반복적인 염증은 흉터를 남긴다. 마치 수도관 안쪽에 녹이 슬어 물길이 좁아지는 것과 같다. 정자는 만들어지지만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실제로 일부 폐쇄성 무정자증 환자에서는 과거 성병 감염이 원인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성병은 세균만의 문제가 아니다. 생식기 헤르페스는 반복적인 수포와 통증을 일으키고, 인유두종바이러스(HPV)는 생식기 사마귀뿐 아니라 일부 유형에서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매독은 치료하지 않을 경우 피부를 넘어 신경계와 심혈관계까지 침범할 수 있다. HIV 역시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감염병으로 남아 있다.
다행히 대부분의 성병은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치료의 기준은 증상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균이 완전히 제거되는 것이다. 약을 며칠 먹다가 좋아졌다고 중단하거나 재검사를 받지 않으면 감염이 남아 있을 수 있다. 성관계 상대가 함께 치료받지 않으면 다시 감염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