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정자는 오래 참을수록 많아진다는 말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말이 임신에 유리하다는 뜻은 아니다. 여기서 대부분의 오해가 시작된다. 정자는 단순히 ‘쌓이는 물질’이 아니라 ‘시간에 따라 변질되는 세포’이기 때문이다. 즉 많아질 수는 있지만 좋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정자는 고환에서 지속적으로 생성되고 약 2~3개월의 과정을 거쳐 성숙한 뒤 부고환에 저장된다. 그런데 이 저장 단계에서 문제가 생긴다.
저장 시간이 길어질수록 정자는 산화 스트레스에 노출되고 DNA 손상이 누적되며 운동성 또한 떨어진다. 쉽게 말해 오래 보관된 정자는 숫자는 늘어도 성능은 떨어지는 구조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는 정액 검사 시 금욕 기간을 2~7일로 권고하고 있다. 이 범위에서는 정자 농도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기준은 어디까지나 ‘검사 조건’일 뿐 ‘임신 최적 조건’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실제 임상에서는 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지 않는다.
현장에서 관찰되는 데이터는 다르게 움직인다.
금욕 기간이 길어질수록 정자 수는 증가하지만 운동성은 감소하고 DNA 단편화율은 상승하는 경향이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특히 7일을 넘어가는 장기 금욕에서는 “많지만 느리고 손상된 정자”가 늘어나는 양상이 뚜렷해진다. 이 지점에서 숫자와 기능이 완전히 분리된다.
난임 치료에서는 이 차이가 더 명확해진다.
체외수정(IVF/시험관아기 시술)에서는 정자의 개수가 아니라 난자와 수정을 완료할 수 있는 건강한 정자의 확보다.
정자가 건강하다는 것은 1차적으로는 운동성과 유전적 안정성에 의해 결정된다. 실제로 일부 연구에서는 2~3일 간격으로 사정한 정자가 DNA 손상률이 낮고 임신 결과가 더 좋을 가능성이 제시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아야 한다”는 믿음이 유지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검사 수치가 좋아지기 때문이다.
금욕 기간이 길어질수록 정자 농도는 올라가고 숫자는 개선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임신은 수치 경쟁이 아니라 기능 경쟁이다. 도달하지 못하는 정자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건강한 정자의 문제는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더 크게 왜곡된다.
고령이거나 비만, 흡연, 수면 부족, 만성 스트레스가 있는 경우 정자의 산화 손상과 DNA 단편화는 더 빠르게 증가한다. 이런 상황에서 장기 금욕은 손상된 정자를 계속 축적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자는 저장 자산이 아니라 회전 자산이다.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계속 새로 만드는 것이 더 유리하다.
따라서 임신을 계획하는 경우 금욕 기간을 길게 가져갈 필요는 없다. 2~3일 간격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다.
여기에 수면, 체중, 식습관 같은 생활 요인이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참으면 많아진다”는 말은 반만 맞다. 그리고 중요한 절반은 빠져 있다. 많아진다고 해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
※ 본 콘텐츠는 난임전문기자가 국내외 생식의학 관련 연구, 정책 자료, 통계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전달하는 해설입니다. 의학적 판단과 치료 결정은 반드시 전문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미지: AI 생성 (ChatGPT, OpenAI) /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용 시각 자료입니다.
※ 글의 출처
세계보건기구(WHO). WHO Laboratory Manual for the Examination and Processing of Human Semen, 6th Edition. 2021.
※ 이 기사는 아기성공연구소 제공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