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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이 만난 사람

불황 서점가 강타한 ‘블루칩 작가’ 정현우 시인… 기적을 쓰다

용인신문이 만난 사람, 시인 정현우
글_이경선(도서출판 별꽃 편집장)

 

용인신문 | 불황으로 출판계의 바닥이 없다는 말이 나온 지 오래다. 이 침체한 시장 속에서 베스트셀러의 판도를 바꾼 작가가 있다. 바로 시인 정현우다. 201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서 등단하며 이름을 알렸고, 시집 『나는 천사에게 말을 배웠지』 『소멸하는 밤』 등을 펴냈다. 2025년에 출간한 『검은 기적』은 예약판매 단계에서 재쇄가 결정될 정도로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출간 직후 4쇄를 찍으며, 시집으로 그 어렵다는 1만 5000부 판매를 달성했다. 놀라운 건 시인이라 명명했지만, 그의 이력이 시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필집을 출간했고, 방송작가, 교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싱어송라이터로도 주목받아, ‘바람에 너를’은 음원사이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최근엔 판타지 멜로 소설과 드라마 작업에 열심이다.

 

대학 강의·집필작업 촘촘한 일상
다듬으면 글 더 좋아진다는 믿음
시인·수필가·싱어송라이터·작가
‘팔방미인’ 남다른 집중력에 감사

 

Q 요즘 일과는 어떤가? 다양한 장르의 일을 하기 위해서는 꽤 계획적이어야 할 듯하다.

= 맞다. 루틴이 있는 생활을 하고 있다. 일주일에 이틀은 대학에서 시 창작 강의를 하고,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집필 작업과 이와 관련된 미팅을 한다. 시간 절약을 위해 한 번 외출하면 3개씩 회의를 할 때도 있다. 그렇게 시간을 확보해 집중 시간을 만든다.

 

Q. 글쓰기는 주로 언제 하나?

= 시는 재능과 영감의 영역이라 순간 포착이 가능하다. 그래서 시는 순간순간 쓴다. 운동하면서도, 산책하면서도 휴대전화에 쓴다. 지하철을 타고, 기차에 올라 흔들리는 진동 속에서 편린과 파편을 모아 이으면 시가 완성된다. 하지만 소설과 에세이 등 산문적 글쓰기는 물리적으로, 엉덩이로 써야 한다. 규칙적인 시간이 있어야 완성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밤에 작업하는 루틴을 만들었다. 밤 10시가 되면, 글을 쓸 기분이건 아니건, 잘 써지든 말든, 무조건 컴퓨터 앞에 앉아 커서가 깜빡거리는 모습을 본다.

 

Q. 작업하면서 내가 봐도 잘 썼다는 만족감이 들 때가 있나?

= 어떤 날은 너무 잘 썼다고 생각했다가도, 다음 날 다시 보면 엉망인 것 같아 수정하곤 한다. 초고보다 수정을 더 오래 하는 스타일이다. 시도 그렇고, 소설도 그렇다. 다듬으면서 글이 더 좋아진다는 믿음이 있어서 이 부분은 포기하지 않는다.

 

Q. 언제부터 시를,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나?

= 어머니께서 시집을 많이 사다 주셔서 어릴 때부터 시인에 대한 동경심이 있었다. 시에 재능이 있는지 확인하고픈 마음에 학창 시절에는 백일장에 자주 참가하며 스스로 능력을 평가하는 기회로 삼았다. 고등학교 때는 간절함으로, 감각을 날카롭게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에 습작한 종이를 씹어 먹은 적도 있다.

 

Q. 시인, 수필가, 싱어송라이터, 방송작가라니, 재능이 참 많은 것 같다.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이뤄낸 비결은 뭘까?

=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간절히 바라고 염원해 온 길이다. 이런 간절함을 통해 오디션이나 시인 등단 등 원하는 곳에 운이 닿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어린 시절부터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에겐 어떤 능력과 재능이 있는지 등 나를 향한 고민을 많이 했다. 좋아하는 건 누구나 하지만, 잘하는 건 다르다고 생각해 이 차이를 구분하려고 노력했다.

 

Q. 잘나가는 작가지만 좀 어렵다거나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없었나?

= 국문과에 진학해서 졸업할 때쯤엔 등단을 예상했었는데, 쉽지 않았다. 그래도 문이 닫혔다고 생각하면, 항상 창문이 열린 곳을 찾는 성향이다. 매사에, 모든 상황이 불리하게만 작용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어린 시절부터 단련됐을 수도 있다. 고등학교 때 먼 지역까지 백일장에 참가해서 상을 못 받을 때가 종종 있었다. 처음엔 실망도 하고, 무기력하기도 했는데, 반복되면서 좀 단련된 듯하다.

 

Q. 다양한 분야의 일을 하면 완성도나 집중도가 떨어지지는 않나?

= 다행히 순간적인 집중력이 좋다. 한 가지 일에 몰두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다. 또, 각각의 분야마다 온·오프 스위치가 달린 것 같은 느낌이다. 시를 쓸 때는 시만, 북토크를 할 때는 북토크만 떠올린다. 어떤 일에 대한 관심이 가득 차 있으면, 다른 생각을 0으로 만들어 버린다.

 

Q. 과거에도, 현재도 글로 밥 먹고 살기가 쉽지는 않다. 전업 작가로 들어선 용기가 대단하다. 이렇게 잘 나갈 줄 알았나?

= 자신감은 없었다. 다만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글쓰기였고, 시인이 되는 게 목표인 사람이었을 뿐이다. 사실 나에게 작가란, 직업이라기보다 아이덴티티에 가깝다. 항상 시인이 되고 싶었을 뿐이고, 경제적 활동에 대한 개념은 전혀 없었다.

 

 

매일 운동·산책하며 영감 얻어
현재 멜로 판타지 소설 작업 중
시인은 직업이 아니라 정체성
몇년새 부모와 사별 시작 자제

 

Q. 자극이 지나치게 넘치는 세상이다. 영감을 어디서 얻나?

= 하루에 2시간씩 운동하고, 산책도 자주 한다. 길을 걸으면서 나무 등 자연물을 유심히 보는데 그 모든 것들이 영감을 준다. SNS도 열심히 하는 편이다. 좋아서라기보다 어떤 자극이 사람을 매혹하는지 궁금해 일부러 찾는다.

 

Q. 요즘 가장 집중하는 작업은?

= 멜로 판타지 소설을 작업 중이다. 소설 외에 드라마로도 제작될 예정이라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다. 넷플릭스를 찾아보면서, 사람들의 관심사를 파악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최근에 드라마 『레이디 두아』를 흥미롭게 봤다.

 

오늘도 규칙적으로, 자신이 잘하는 일을 위해 애쓰는 이 젊은 시인은 안타깝게도 ‘한동안 시와는 좀 거리를 두고 싶은 마음’이라고 털어놓았다. 몇 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얼마 전 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시면서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받아들이고, 들여다보는 시 창작이 좀 버겁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시를 쓰다 보면 감정의 바닥까지 마주하기에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수많은 작업 속에서도 정체성을 시와 음악에서 찾는다는 그의 말처럼 언젠가 그는 시인으로 돌아올 것이다. 오늘 해야 할 일을 한두 가지라도 하면서 오늘을 잘 살아냈다는 뿌듯함을 느낀다는 정현우. 그의 시와 언제나 예상을 깨는 행보로 기대감을 자아내는 그의 앞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