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지난 1월 수원지법은 용인 보평1지구 전 조합장 A씨에게 징역 5년과 추징금 8억 8000만 원을 선고했다. 시공사인 서희건설 전 부사장 B씨 역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의 범죄 행각은 모두 부실한 지역주택조합 제도가 원인을 제공했다.
이 같은 피해가 확산 되자 정부가 뒤늦게 지주택 제도를 수술대에 올렸다. 토지소유권 확보 기준을 80%까지 낮추고 조합 운영의 투명성을 높여 정상 사업장의 사업 속도를 높이는 한편, 부실 사업장에 대해서는 해산 절차를 합리화해 지주택 조합원의 재산상 피해를 최소화 한다는 방침이다.
■ 243억 부풀린 공사비… 조합장은 ‘호화 생활’
지역주택조합(이하 지주택) 제도는 무주택 서민들이 직접 땅을 사 집을 짓는다는 취지로 도입됐으나, 지난 수십 년간 ‘내 집 마련의 꿈’이 아닌 ‘가정 파괴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써왔다.
용인 보평1지구에서 벌어진 대규모 비리 사건은 이 제도의 구조적 결함이 어떻게 서민들의 삶을 파괴하는지 극명하게 보여줬다.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에 따르면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정상적인 공사비 증액분은 142억 원 수준이었으나, 조합장과 시공사 측은 뒷거래를 통해 385억 원을 증액했다.
무려 243억 원의 ‘가짜 공사비’가 조합원들의 주머니에서 나간 셈이다. 이 과정에서 전 조합장 A씨는 23억 원 상당의 뒷돈을 챙겨 20억 원대 고가 아파트를 구입하는 등 호화 생활을 누렸다.
반면, 987세대의 조합원들은 평형별로 1억~2억 원의 추가 분담금을 떠안았다. 분담금을 감당하지 못한 조합원들이 대리운전이나 배달,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내몰리는 사이, 정작 조합원들은 일반 분양자보다 비싼 가격에 입주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직면했다.
더욱 비극적인 것은 입주 후에도 기반시설 공사 등을 명목으로 또다시 320억 원 규모의 추가 분담금이 예고되어 있어, 조합원들의 고통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 “입주했으니 끝?” 행정 사각지대 피해자들
보평1지구 사태는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졌다.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이 ‘지주택 전수조사’를 지시하면서 그 대상에도 포함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현장의 행정은 차가웠다.
관할 지자체와 국토부는 “이미 입주가 완료되었다”거나 “형사 재판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실질적인 실태 조사나 구제 대책 마련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조합원들은 “범죄 사실이 명확히 밝혀졌음에도 행정기관이 관리·감독 책임을 회피하는 사이, 조합 내부에서는 문제를 제기하는 조합원을 상대로 소송을 거는 ‘공포 정치’가 자행되고 있다”며 절규하고 있다.
■ 지주택 제도 수술대… 비리 피해 보상 ‘과제
이처럼 지주택 관련 피해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국토교통부는 지난 20일 ‘지주택 피해 예방 및 사업 정상화 방안’을 전격 발표했다. 1980년 제도 도입 이후 사실상 가장 강력한 수술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우선 사업 속도를 높여 비용 상승을 막는다. 사업계획 승인을 위한 토지 소유권 확보 기준을 기존 95%에서 80%로 대폭 낮췄다. 이를 통해 소수의 토지주가 버티며 가격을 올리는 ‘알박기’를 차단하고 매도청구권을 조기에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조합 운영의 투명성을 대폭 강화한다. 자본금 5억 원과 전문 인력을 갖춘 업체만 업무를 대행할 수 있는 ‘업무대행사 등록제’를 시행하고, 시공사의 공사비 증액 시 한국부동산원 등 전문기관의 검증을 의무화한다.
또한 조합원 명부와 자금 사용 내역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도록 해 ‘깜깜이 운영’을 원천 봉쇄한다.
뿐만 아니라 부실 사업장의 ‘조기 퇴출’ 길을 열었다. 사업이 장기간 정체되거나 토지 확보가 불가능한 부실 조합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인가를 취소하거나 직권으로 해산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입주 후에도 조합을 유지하며 비용을 발생시키는 관행을 막기 위해 사용검사 후 1년 이내 해산 총회 개최도 의무화된다.
이번 대책으로 향후 신규 지주택 사업의 안정성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지만, 보평1지구처럼 이미 범죄로 얼룩진 사업장의 피해 회복은 여전히 난제다.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은 환영할 일이지만, 이미 발생한 비리로 인한 추가 분담금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행정 개입과 구제 방안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40여년 만에 지역주택조합 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수 백억 원이 넘는 추가 분담금으로 피해를 입은 용인보평1지구 지역주택조합 조합원들이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입구 피해조사를 요구하는 집회를 하는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