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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2 - 저출산 시대 극복을 위한 '서주태 원장의 건강칼럼'

정자를 살리는 영양제는 따로 있다

서주태 서주태비뇨의학과의원 대표원장(연세대 의대 졸업·전 대한생식의학회 회장·전 제일병원 병원장)

(그림 : AI 생성)

 

용인신문 | 남자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 생식에서는 절반만 맞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정자는 시간을 정직하게 기억한다. 나이가 들수록 숫자는 크게 변하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질’이다. 더 느려지고, 더 쉽게 망가지고, 더 자주 틀린다.

 

특히 고령 남성에서 두드러지는 변화는 단 하나로 요약된다. 산화 스트레스다. 정자는 작고 빠르지만, 동시에 놀라울 만큼 연약한 세포다. 산소를 쓰는 만큼 쉽게 산화되고, 그 결과 DNA가 손상된다. 수정은 되지만 이후가 문제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요즘 남성 임신 준비의 키워드는 의외로 단순하다. 더 만들려고 하지 말고, 덜 망가지게 하라. 이 관점에서 영양제를 보면 답이 보인다. 중심에는 코엔자임Q10이 있다. 이 물질은 정자의 ‘엔진’인 미토콘드리아에서 에너지를 만든다. 나이가 들수록 엔진은 낡고, 회전수는 떨어진다. 코큐텐은 그 회전을 다시 끌어올리는 연료 같은 존재다. 운동성이 떨어진 정자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이유다.

 

그 다음은 아연과 엽산이다. 이 둘은 화려하지 않지만, 가장 기초적인 재료다. 엽산은 DNA 복제의 정확도를 높이고, 아연은 정자 생성과 호르몬 균형을 지탱한다. 쉽게 말하면 설계도와 공정 관리다. 설계가 틀리면 아무리 많이 만들어도 소용이 없다. 여기에 비타민 C와 E가 더해진다. 이들은 정자를 둘러싼 ‘방패’다. 외부에서 밀려드는 산화 공격을 막아주는 역할이다. 특히 흡연이나 음주가 있는 경우라면 선택이 아니라 기본에 가깝다.

 

비타민 D는 조금 다르다. 부족할 때 의미가 커진다. 바깥 활동을 하지 않는 요즘 남성들은 생각보다 많이 결핍 상태에 있고, 이 경우 운동성과 호르몬 균형에 영향을 준다. 보충했을 때 ‘갑자기 좋아진다’기보다는, 바닥을 끌어올리는 느낌에 가깝다. 아르기닌이나 카르니틴은 환경을 바꾼다. 혈류를 개선하고, 에너지 대사를 돕는다. 정자가 만들어지는 공간을 조금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흥미로운 것은 멜라토닌이다. 흔히 수면 보조제로 알려져 있지만, 항산화 작용도 있다. 다만 남성에서의 역할은 보조적이다. 직접 정자를 개선한다기보다는, 수면을 통해 호르몬 리듬을 안정시키는 쪽에 가깝다. 결국 주연이 아니라 조연이다.

 

문제는 정자는 오늘 먹은 것으로 오늘 바뀌지 않는다는 것. 약 70~90일, 세 달의 시간을 거쳐 만들어진다. 지금의 생활이 세 달 뒤의 결과로 나타난다. 그래서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담배를 끊고, 술을 줄이고, 밤을 줄이는 것. 그리고 뜨거운 환경을 피하는 것. 사우나와 노트북을 무릎 위에 올려두는 습관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핵심은 두 줄이다. 망가지는 것을 막고, 에너지를 보충하라. 코큐텐과 아연·엽산, 그리고 항산화 비타민은 그 도구일 뿐이다. 도구를 쥐고도 생활을 바꾸지 않는다면,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정자는 생각보다 솔직하다. 우리가 어떻게 살았는지를, 세 달 뒤에 그대로 보여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