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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국가적 대업 ‘희생의 땅’… 반도체 ‘심장’ 변신

우리 동네 행복 동네 _ 2 처인구 이동읍

반복되는 변화와 상생 갈림길 ‘위대한 헌신’
시스템 반도체 산단 입지… 삶의 터전 내줘
개발의 소용돌이 속 공동체 문화 DNA 유지

 

용인신문 |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 이곳은 지금 유구한 역사의 흔적과 미래 첨단 산업의 대격변이 교차하는 뜨거운 현장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전형적인 농촌 마을의 평온함을 간직했던 이동읍은 이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반도체 시장의 지형도를 바꿀 ‘태풍의 눈’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화려한 개발 청사진 이면에는 누대에 걸쳐 살아온 터전을 내어준 주민들의 숭고한 희생과, 그 아픔 속에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은 공동체 의식이 흐르고 있다.

 

■ 거듭된 수용과 수몰… 감내해 온 ‘인고의 역사'

이동읍의 역사는 곧 ‘국가적 대업을 위한 희생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용인에서 정부 시책으로 인해 마을이 통째로 사라진 첫 사례는 다름 아닌 이동읍의 ‘어비울’ 마을이었다.

 

지난 1952년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정부는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기초 조사를 시작했다. 600여 년 전통을 지켜온 어비울 공동체가 수몰의 위기에 처하자 주민들은 ‘반대투쟁위원회’를 결성해 고향을 지키려 처절하게 저항했다.

 

청년들이 옥고를 치를 만큼 강렬했던 의지였으나 결국 1971년 저수지가 완공되면서 정든 고향은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이는 이동읍 주민들이 겪은 첫 번째 거대한 시련이었다.

 

반세기가 지난 2016년 이동읍에는 또다시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용인시 제1호 공공산업단지인 ‘용인테크노밸리’가 이동읍 덕성리에 첫 삽을 뜨면서 ‘삼배울’ 마을이 해체되었다.

 

마을과 함께 전해 내려오던 ‘삼배울 동홰놀이’ 같은 소중한 향토 문화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후 용인시 유일의 공공 장례시설인 ‘평온의 숲’이 들어설 때도, 주민들은 님비(NIMBY) 현상을 넘어 시 전체의 공익을 위해 기피 시설을 수용하는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

 

이제 이동읍은 그 어느 때보다 거대한 수용의 파도를 맞이하고 있다. 덕성리, 시미리, 화산리, 천리, 묵리 등 이동읍의 주요 행정리가 모두 포함된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와 배후 신도시 개발이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주민들에게는 ‘마른하늘에 날벼락’과 같은 소식이지만 이동읍은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자신의 터전을 내어주는 무거운 짐을 또 한 번 짊어지게 되었다.

 

■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의 중심

현재 이동읍은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성으로 분주하다.

 

삼성전자가 약 778만㎡(약 235만 평) 부지에 360조 원을 투입해 생산라인 6기를 구축하는 이 프로젝트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협력업체와 R&D 기능이 집적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국가 경쟁력 강화의 핵심 보루가 될 전망이다.

 

이와 연계된 ‘용인이동 공공주택지구’ 개발은 이동읍을 단순한 산업단지가 아닌 ‘자족형 생활권’으로 탈바꿈시킨다.

 

2만 여 가구가 들어설 신도시는 일과 주거, 놀이가 한곳에서 이루어지는 ‘직주락(職住樂)’ 도시를 표방한다.

 

용덕저수지와 송전천을 중심으로 한 수변 여가 공간, 그리고 국내 최대 규모로 계획 중인 이동저수지 호수공원 조성안은 이동읍의 미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여기에 친환경 자원순환의 거점이 될 ‘용인 그린에코파크’ 조성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동읍 덕성리에 들어설 이 시설은 하루 500t 규모의 소각시설과 재활용 선별시설을 갖춘 복합 시설이다.

 

과거 기피 시설로 치부되던 소각장을 주민 소통과 해외 견학 등을 통해 설득해낸 점은 갈등 해결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600억 원 규모의 복합문화체육시설과 주민 수익 시설이 함께 조성되는 그린에코파크는 환경 보호와 주민 복지가 공존하는 이동읍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예정이다.

 

■ 아픔 속에서도 잃지 않은 ‘공동체의 온기’

거대한 개발과 강제 수용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이동읍이 빛나는 이유는 ‘사람 중심의 공동체 문화’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마을이 사라지고 이웃이 흩어질 위기 앞에서도 이동읍 주민들은 서로의 손을 놓지 않았다.

 

이동읍 주민자치위원회는 매년 취약계층을 위해 밑반찬과 김장, 고추장을 직접 담가 전달하는 나눔을 멈추지 않고 있다.

 

부녀회 역시 옥수수 판매 수익금으로 어르신들의 여름나기를 돕고 하천 환경 정화 활동에 앞장선다.

 

100여 명의 회원이 자발적으로 회비를 납부해 90여 명의 홀몸 어르신을 챙기는 ‘이동읍 사랑회’의 활동은 이동읍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기업인협의회와 노인회가 체결한 ‘경로당 – 기업’ 간 협약은 세대 간의 벽을 허물고 지역 내 신뢰를 강화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개발로 인해 ‘하드웨어’는 차가운 기계와 시멘트로 채워질지언정, 이동읍의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이웃을 향한 따뜻한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

 

■ 이동읍, 성장과 상생의 모델로… 위대한 도약

과거 상동촌면과 하동촌면이 합쳐져 탄생한 이동읍은 한때 주변 지역의 개발 호재에 밀려 성장이 주춤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어느 지역도 넘볼 수 없는 확실한 미래 권력을 거머쥐었다.

 

이동읍의 변화는 단순히 산업시설의 확충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70년대 어비울의 수몰부터 오늘날의 국가산단 조성까지, 이동읍이 보여준 헌신은 대한민국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거대한 동력이었다.

 

이제는 그 희생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첨단 반도체 산업이 이끄는 경제적 풍요와 친환경 자원순환 시설이 선사하는 지속 가능성, 그리고 오랜 시간 단단해진 공동체의 나눔 문화가 결합할 때 이동읍은 진정한 의미의 ‘미래형 도시’로 완성될 것이다.

 

변화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고, 사람과 환경을 먼저 생각하며 상생의 길을 걷는 이동읍. 거듭된 아픔을 딛고 세계의 중심지로 도약하는 이동읍의 행보는 우리 시대가 나아가야 할 ‘성장과 균형’의 이정표가 되고 있다.

 

마을은 사라져도 그 속에 담긴 공동체의 정신은 600조 반도체 신화와 함께 영원히 흐를 것이다.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감도.

 

이동읍 덕성리에 들어서는 용인그린에코파크 조감도.

 

이동읍 주민자치위원들이 이웃에게 전달할 김장 김치를 담그고 있다. 

 

이동읍 기업인협의회가 지역 내 경로당 11곳과 상호교류 및 지원 협약식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이동읍 부녀회가 옥수수 판매 수익금으로 마련한 복달임 음식을 지역 경로당에 전달하기 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