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경 본지 대표(좌측)와 박진오 용인세브란스병원장이 대담을 하고 있다
‘하나님의 기관’ 답게 인술로 숭고한 정신 계승
구성원 ‘화합을 통한 성장’… 최선의 의료서비스
응급의학·소아청소년·산부인과 등 안정적 기반
매년 수백억 적자… 그래도 베풀고 돕는 것 우선
소외된 이웃 보듬고 의료 든든한 울타리 자부심
용인신문 | 용인특례시의 의료 지도가 새롭게 그려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1983년 처인구의 작은 병원에서 시작해, 이제는 경기 남부권 스마트 의료의 핵심 거점으로 우뚝 선 용인세브란스병원이 있다. 지난 3월 1일, 제3대 병원장으로 취임한 박진오 원장(정형외과 교수)은 신축 개원 전후의 역사를 온몸으로 겪어온 ‘용인세브란스 전문가’다. 그는 인터뷰 내내 대학병원의 권위보다는 지역사회를 향한 진정성과 ‘주인 없는 기적의 기관’으로서의 공공성을 강조했다. 적자 경영의 압박 속에서도 “베풂이 먼저”라고 말하며, 소아과와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두는 박 원장을 만나 용인 의료의 미래를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Q. 제3대 병원장으로 취임하신 지 한 달여가 지났습니다. 소감이 어떠신지요?
= 병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어 큰 영광인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우리 병원은 1983년 용인시 처인구에서 시작해 종합병원 승격, 광주세브란스병원과의 통합, 지역거점병원 지정, 그리고 현재의 동백지구 확장 이전 개원까지 참으로 역동적인 역사를 거쳐왔습니다.
이러한 기반은 각자의 자리에서 헌신해 온 교직원들과 우리 기관에 변함없는 믿음을 보내주신 지역 주민들 덕분입니다. 사실 연세의료원은 사립대학병원이라고는 하지만, 운영 구조를 보면 국공립 의료기관보다도 더 공공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입니다. 저는 우리 병원이 특정 개인이 주인이 아닌 ‘하나님의 기관’으로서 대한민국 의료를 이끌어가는 것이 거의 기적 같은 일이라고 봅니다. 앞으로 그 숭고한 뜻을 이어받아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병원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취임인사를 하고 있는 박 병원장
Q. 병원 운영에 있어 ‘화합’과 ‘원칙’을 강조하시는 리더십 철학이 궁금합니다.
=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화합을 통한 성장’입니다. 병원은 다양한 전문 인력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야만 제대로 운영될 수 있는 특수한 공간입니다. 임상, 진료지원, 연구, 행정 등 각 분야가 원활하게 소통할 때 비로소 환자에게 최선의 의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저는 우리 병원을 동물에 비유하자면 ‘코끼리’ 같다고 생각합니다. 코끼리는 굉장히 느리지만 묵직하게 제 길을 갑니다. 다른 병원들이 유행을 따라 막 달려갈 때, 우리 병원은 원칙을 지킵니다. 30년 전 제가 젊었을 때, 다른 병원들처럼 공격적인 환자 유치를 위해 원칙에서 조금 벗어난 제안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선배님들은 “우리는 그러면 안 된다. 중심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씀하셨죠. 당시엔 서운하기도 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원칙’이 지금의 신뢰를 만든 정답이었습니다.
Q. 용인세브란스병원이 지역에서 수행해야 할 핵심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단순한 의료기관을 넘어, 경기 남부 지역 의료체계의 중심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현재 용인 지역에서 발생하는 의료 수요 중 적지 않은 부분이 관외로 유출되고 있습니다. 이는 환자에게 이동의 부담과 비용 증가를 초래하고, 지역 차원에서도 의료 자원의 선순환을 저해하는 요인이 됩니다.
앞으로 우리는 중증 질환과 전문 진료 역량을 더욱 강화해, 지역 내에서도 충분히 고난도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지역완결형 의료체계’를 구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겠습니다. 특히 응급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를 비롯한 필수의료 분야에서도 안정적인 진료 기반을 마련해, 용인특례시가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로 확실히 자리 잡는 데 의료기관으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Q. 최근 의료계의 화두인 ‘필수의료’와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해 솔직한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 조금 철학적인 문제일 수 있는데, 저는 국가가 정하는 ‘필수의료’라는 틀에 갇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키우고 생명을 살리는 것만이 필수는 아닙니다. 환자가 자기 발로 걸어 다니며 화장실을 가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돕는 척추·관절 치료 또한 환자 입장에서는 절실한 ‘필수’입니다.
의대 증원 방향성 자체는 맞다고 봅니다. 하지만 의료 이용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대책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의료 수준은 세계 최고지만, 수가는 미국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구조적 모순 속에서 병원들이 버티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의료 정책은 철저히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보편적 복지보다는 정말 어려운 분들을 선별적으로 돕는 정교한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Q. 병원의 경영 지표와 관련해 ‘적자’ 문제를 언급하셨는데, 실제 상황은 어떠한가요?
= 우리 병원을 짓는 데 약 6500억 원이 투입되었습니다. 개원 6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매년 수백억 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의료 사업은 투자 대비 수익성이 매우 낮습니다. 버는 돈의 절반 이상이 인건비와 재료비로 나갑니다. 만약 우리가 은행에서 돈을 빌려 병원을 지었다면 벌써 경매에 넘어갔을 수준입니다.
하지만 다행히 연세대학교 자체 자금으로 건립했기에 이자 부담 없이 버티며 지역 주민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는 과거에 “돈을 벌어야 돕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베풀고 돕는 것이 먼저”입니다. 우리가 조금 덜 받더라도 지역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것이 세브란스의 정신입니다.
Q. ‘기부와 봉사’를 강조하시며 지역사회의 동참을 요청하셨는데, 구체적인 계획이 있으신지요?
= 세브란스(Severance)라는 이름 자체가 미국의 실업가 루이스 세브란스의 기부에서 시작된 이름입니다. 기부와 봉사는 우리 병원의 유전자입니다. 현재 의료원 차원에서도 기부 문화를 매우 강조하고 있습니다.
저는 직접 현장을 다니며 지역 사회의 뜻있는 분들께 기부를 부탁드리려 합니다. 기부금은 전액 병원 발전 기금으로 적립되어 용인 지역에 필요한 최첨단 시설을 확충하고,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며, 취약계층을 위한 진료 지원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데 사용할 예정입니다. 용인 시민들이 우리 병원을 “우리의 자산”으로 여기고 함께 키워주셨으면 합니다.

박 병원장 취임 예배후 전직원이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Q. 용인세브란스병원의 자랑으로 ‘산부인과’와 ‘소아과’의 특별한 인연을 꼽으셨습니다.
= 우리 병원 산부인과는 역사적으로 아주 특별합니다. 1983년 개원 당시부터 산부인과 중심 병원으로 명성이 높았고, 한 달에 100명씩 아이를 받기도 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때 우리 병원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지금 성인이 되어 우리 병원의 간호사나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자신이 태어난 병원에서 지역 주민을 위해 일하는 셈이죠.
최근 저출산으로 산부인과가 어렵다고 하지만, 우리 병원 산부인과와 소아과 교수진은 규모 대비 전국 최고 수준의 열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도 77명의 소중한 생명이 우리 병원에서 탄생했습니다.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를 위한 집중 치료 시스템이 완벽히 갖춰져 있어 안심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Q. 임기 동안 추진하고자 하는 중점 과제와 미래 비전은 무엇입니까?
= 첫째, 병원의 내실을 다지는 ‘기반 닦기’입니다. 앞으로 30년에서 50년간 용인 시민의 의료 수요를 온전히 감당할 수 있도록 진료 인프라와 디지털 시스템을 더욱 고도화하겠습니다.
둘째, ‘중견 리딩 그룹’의 육성입니다. 저 같은 선배 의사들이 은퇴한 후에도 병원을 흔들림 없이 이끌어갈 젊고 유능한 교수진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키워내겠습니다.
셋째, 주력 암 분야의 특화입니다. 용인 지역은 인구 구성이 젊습니다. 이에 맞춰 유방암, 갑상선암, 대장암을 ‘3대 주력 암’으로 정하고 집중 투자하고 있습니다. 암 치료를 위해 굳이 서울의 대형 병원으로 멀리 가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겠습니다.
Q. 상급종합병원(3차 병원) 승격에 대한 복안이 있으신가요?
= 상급종합병원이 되는 것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 맞습니다. 하지만 상급종합병원이 되면 진료의뢰서 없이는 예약조차 안 되는 등 오히려 지역 주민들의 이용 문턱이 높아지는 측면도 있습니다.
우리는 무리하게 타이틀에 집착하기보다, 우선 지역 주민들의 의료 니즈를 충족시키는 데 우선순위를 두겠습니다.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투자가 무엇인지 먼저 고민하고, 여건이 성숙되면 승격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결과라고 봅니다. ‘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투자’가 저의 최우선 기준입니다.
Q. 마지막으로 용인 시민과 지역 사회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 항상 우리 병원을 믿고 찾아주시는 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은 단순한 사립 병원이 아니라, 여러분의 세금을 직접 쓰지 않으면서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헌신하는 ‘용인의 병원’입니다.
우리는 'The First, The Best'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Best'가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만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봉사했던 선교사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소외된 이웃을 보듬고 지역 의료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는 것이 진정한 ‘최고’라고 믿습니다. 아플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병원, 지역 주민의 건강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 위해 쉬지 않고 뛰겠습니다. <대담=김종경 본지 발행인·대표>
PROFILE
박진오 연세대학교 용인세브란스병원장
2026년 3월 1일 취임한 제3대 박진오 병원장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신축 개원 전 용인세브란스병원 진료부장과 제8대 병원장을 역임했으며, 신축 이전 후에도 1부원장과 대외협력위원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용인세브란스 전문가’다. 정형외과 교수로서의 임상 경험과 풍부한 행정력을 바탕으로 지역 의료 발전을 이끌고 있으며, 임기는 2028년 2월까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