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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에 변하지 않는 것

 

 

용인신문 | 영화가 개봉되었다는 소식에 오래 전 출간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녹나무의 파수꾼』을 다시 읽는다. 사람들에게 "후대에게 남기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한다면 무엇이라고 말할까? 대개는 법적 상속이 성립되는 물적 자산을 떠올리겠지만 이 소설은 색다르게 정신적 유산 상속을 다루고 있다.

 

거대한 녹나무를 지키는 파수꾼은 치후네. 은퇴를 앞둔 치후네는 그간 연락을 끊고 살았던 죽은 여동생 미치에의 아들 레이토를 후계자로 삼는다. 이야기는 감방에 갈 정도로 삶이 망가진 조카 레이토에게 가문의 중요한 일을 맡긴 치후네의 사연이 한 축이라면 다른 하나는 녹나무를 찾는 이들의 사연이 맡고 있다. 사람들은 녹나무가 소원을 들어준다는 소문에 반신반의한 분위기이다. 실은 녹나무의 역할은 훨씬 비밀스럽고 신비하고 중요하다. 자신의 출생조차 부끄럽게 여겼던 레이토는 파수꾼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파수꾼이라는 어휘에서 책임과 각오라는 주제가 쉽게 연상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늘 그랬듯이 작가는 이야기꾼의 면모를 소설 곳곳에 드러낸다. 거대한 녹나무가 연출하는 신비한 현상은 우리가 잃어가는 정신적 자산을 생각하게 만든다. 탐정물처럼 녹나무를 찾는 이들의 이야기를 연출하는 것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단절된 가족의 역사 속에 숨은 사랑을 발견해 다시 되살린다는 것도 감동의 한 부분이다.

 

후대에게 뭔가를 주고 싶다면 자신의 삶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는 것,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인간이 몇이나 될까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