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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복ㅣ이돈형

공복

    이돈형

 

배워도 배워지지 않는 게 있다

사람의 일렁임이 광활해질 때 그 광활함에 내가 죽을 수 있겠다 싶어 잘못 배운 놈처럼 일렁임을 죽이려 했으니

 

사람아

맥박을 타고 놀던 사람아 속속續續에 물들어 슬금슬금 가물거림 속으로 들어가는 사람아 가물가물 보다 먼저 산산散散해지는 사람아

 

소沼를 떠난 물 같은 사람아

한 모금쯤 되는 사람아

 

여지껏 배웠다고 배웠는데 익히지 못한 내 안의 공복이 울어 제끼니 손쓸 틈 없이 울어 제끼니

 

사람아

오늘은 자빠진 슬픔을 뒤집어놓고 몸 어딘가를 싸돌아다니는 사람을 끄집어내려 하니

 

애초에

내가 없었으면 좋았으려니

 

사람아

여린 나뭇잎이 흔들리는 것은 저 광활한 우주가 있어 혼들리는 게 아니라 바라보는 내가 있어 흔들리는 것이니

 

흔들리는 사람아

시집 『나의 태몽은 나무랄 데가 없으니까요』 (지혜, 2025)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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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돈형 시인

2012『애지』로 등단

2018년 아르코창작기금 수혜

김만중문학상, 애지작품상, 선경문학상 수상

시집 『뒤돌아보는 사람은 모두 지나온 사람』, 『잘디잘아서』,『나의 태몽은 나무랄 데가 없으니까요』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