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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1 - 저출산 시대 극복을 위한 '박숙현의 과학태교

박숙현의 과학태교-23/아이의 두뇌는 누구를 닮을까

두뇌는 출생 이후에도 지속 성장
부모가 만들어 주는 환경에 영향

 

 

용인신문 | 아이를 낳은 집에서는 늘 같은 장면이 벌어진다. 아기를 바라보던 어른들이 갑자기 탐정이 된다. “코는 아빠 닮았네.” “눈은 엄마 닮았네.” “귀 모양은 할아버지랑 똑같다.” 가족들은 아기의 얼굴을 이리저리 들여다보며 누굴 닮았는지 찾느라 분주하다.

 

그렇다면 아기의 두뇌는 누구를 더 닮을까.

 

생물학적으로 보면 인간의 두뇌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유전자를 함께 받는다. 생명은 언제나 두 사람의 협력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뇌 발달과 관련된 유전자 가운데 상당수가 X염색체에 존재한다. 사람의 염색체 구조는 남녀가 서로 다르다. 여성은 XX, 남성은 XY다. 딸은 부모에게서 X염색체를 하나씩 받지만 아들은 다르다. 아들은 어머니에게서 X염색체를 받고 아버지에게서는 Y염색체를 받는다. 말하자면 아들의 X염색체는 전부 어머니에게서 온 것이다.

 

실제로 X염색체에는 신경세포의 성장, 시냅스 형성, 뇌 발달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여럿 존재한다. 지적 장애의 상당수가 X염색체 이상과 관련되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또 하나 흥미로운 생물학적 장치가 있다. 유전체 각인이다. 인간의 유전자는 아버지와 어머니에게서 절반씩 받지만 모든 유전자가 똑같이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유전자는 아버지에게서 왔더라도 기능이 꺼져 있고, 어떤 유전자는 어머니에게서 온 것만 활발하게 작동하기도 한다. 특히 뇌 발달과 관련된 일부 유전자에서는 이런 현상이 비교적 뚜렷하게 관찰된다.

 

한 가지 요소가 더 있다. 어머니에게서만 유전되는 미토콘드리아 DNA다. 인간의 몸의 모든 세포 안에는 미토콘드리아가 있다. 세포가 움직이고 분열하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작은 발전소다. 말하자면 생명의 에너지다.

 

그렇다면 뇌를 떠올려 보자. 인간의 장기 가운데 가장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기관이 바로 뇌다. 체중의 2%밖에 되지 않지만 몸 전체 에너지의 20% 이상을 사용한다. 생각하고 기억하고 판단하는 모든 활동이 결국 에너지 위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두뇌를 움직이는 에너지 시스템 역시 상당 부분 어머니에게서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어떤 아이의 활력과 집중력, 끈질긴 사고력의 바탕에도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이 작은 에너지 공장이 조용히 작동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인간의 지능이 어머니에게서만 결정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인간의 두뇌는 그렇게 단순한 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X염색체에는 뇌 발달 관련 유전자가 비교적 많이 존재하지만, 지능은 부모 양쪽의 수많은 유전자와 환경이 함께 결정한다. 실제로 지능과 관련된 유전자는 특정 염색체 하나에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염색체에 넓게 퍼져 있다.

 

게다가 인간의 두뇌는 태어나는 순간 완성되는 기관도 아니다. 출생 이후에도 오랫동안 성장하고 변화한다. 부모가 어떤 언어를 들려주고 어떤 경험을 제공하느냐에 따라 신경회로는 계속 새롭게 연결된다.

 

결국 아이의 두뇌는 어느 한 사람을 닮는 것이 아니다. 유전자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함께 만들고, 환경은 부모가 함께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