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16 (토)

  • 맑음동두천 15.1℃
  • 맑음강릉 21.2℃
  • 맑음서울 17.9℃
  • 맑음대전 15.5℃
  • 맑음대구 14.0℃
  • 맑음울산 11.8℃
  • 맑음광주 16.7℃
  • 맑음부산 15.7℃
  • 맑음고창 13.1℃
  • 맑음제주 16.2℃
  • 맑음강화 14.2℃
  • 맑음보은 12.0℃
  • 맑음금산 12.5℃
  • 맑음강진군 12.0℃
  • 맑음경주시 9.8℃
  • 맑음거제 10.6℃
기상청 제공

기획 연재2 - 저출산 시대 극복을 위한 '서주태 원장의 건강칼럼'

왜 남자는 조금 참아야 더 강해지는가

서주태 서주태비뇨의학과의원 대표원장(연세대 의대 졸업·전 대한생식의학회 회장·전 제일병원 병원장)

 

용인신문 | 조선의 양반가에는 묘한 규칙이 하나 있었다. 아기를 갖기 전, 남편에게 일정 기간 금욕을 시키는 관습이다. 짧게는 수십 일, 길게는 백 일에 이르렀다. 오늘 기준으로 보면 조금 과장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그 안에는 꽤 현실적인 생각이 담겨 있다. 몸을 비우고, 때를 기다린다는 것. 생식은 그냥 하는 일이 아니라 차분히 준비하는 일로 여겼던 것이다.

 

요즘 남성들에게 금욕은 불편하고 억지스러운 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몸의 입장에서 보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정자는 매일 만들어지지만, 그 상태는 늘 같지 않다. 며칠 정도 사정을 쉬면 정액량이 늘고 정자 수도 많아진다. 쉽게 말해 조금 쌓아두면 양은 늘어난다. 다만 너무 오래 참으면 문제가 생긴다. 정자는 시간이 지나면 늙는다. 움직임이 떨어지고, 질도 조금씩 나빠진다. 그래서 의학적으로는 보통 3~5일 정도가 가장 적당하다고 본다. 너무 자주도, 너무 드물지도 않는게 핵심이다.

 

그렇다면 조선의 백 일 금욕은 틀린 이야기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그 시대에는 정자를 검사할 수도 없었고, 배란일을 정확히 맞출 방법도 없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건 하나였다. 최대한 모아두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순간에 쓰는 것. 지금 우리가 배란일을 맞추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방법은 달라도 생각은 비슷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하나 더 있다. 금욕은 정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몸 전체에도 영향을 준다. 며칠 정도 절제를 하면 남성호르몬이 잠깐 올라갔다가 다시 안정된다. 그 사이에서 집중력이 조금 살아나고, 일을 밀고 나가는 힘이 생긴다.

 

그리고 더 체감되는 변화는 따로 있다. 자극을 잠시 끊어주면, 예전에는 잘 느끼지 못하던 작은 즐거움이나 집중이 다시 살아난다. 쉽게 말해 머리와 몸이 한결 맑아진다.

 

수면과 컨디션도 비슷하다. 밤에 자극이 많고 생활이 흐트러지면 몸은 금방 피로해진다. 반대로 며칠만 정리해도 잠이 깊어지고, 낮에 더 또렷해진다. 금욕 자체의 힘이라기보다 흐트러졌던 생활이 다시 정돈되는 효과라고 보면 된다. 물론 억지로 참으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된다. 금욕은 참는 게 아니라 조금 조절하는 것이다.

 

문제는 요즘 환경이다. 실제 관계는 줄어들고, 대신 자극은 훨씬 쉬워졌다. 언제든지 보고, 언제든지 해소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욕구는 풀어주지만, 몸의 리듬은 만들어주지 못한다. 계속 짧고 빠르게 풀어버리다 보면 몸의 반응도 점점 둔해진다. 결국 남는 건 피로감이다. 쉽게 풀리지만, 깊게 남지 않는다.

 

그래서 금욕이 다시 의미를 가진다. 금욕은 도덕이 아니라 기술이다. 억지로 참는 게 아니라, 흐름을 다시 만드는 방법이다. 잠깐 멈췄다가, 다시 자연스럽게 쓰는 것. 그 과정에서 몸은 가장 편안한 상태를 찾는다.

 

결국 답은 단순하다. 너무 자주 하면 둔해지고, 너무 오래 참으면 정체된다. 짧게 쉬고, 자연스럽게 풀어주는 리듬. 그게 가장 좋다. 금욕의 목적은 참는 게 아니다. 내 몸의 속도를 다시 찾는 것이다.

 

생명은 빠르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적절한 순간에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순간은, 조금 기다릴 줄 아는 사람에게 더 잘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