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신문 | 용인은 과연 하나의 도시인가.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선뜻 “그렇다”고 답하기를 망설이게 된다. 이것이 오늘날 용인의 다소 쓸쓸한 자화상이다. 수지는 분당과 판교를 바라보고, 기흥은 삼성전자와 신갈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생활권을 형성하며, 처인은 광활한 대지와 반도체 클러스터라는 미래의 땅으로 구획되어 있다. 같은 행정구역 안에 있지만 시민들의 일상과 생활 반경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흘러가고 있는 셈이다.
지형적으로는 석성산과 광교산이 도시를 가로막고 있고, 행정적으로는 급격한 점적(點的) 개발이 남긴 흔적이 도시의 연속성을 끊어 놓았다. 대규모 택지 개발과 산업단지 조성이 빠르게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도시 전체의 균형과 연결성은 충분히 고민되지 못한 측면도 있다. 그리하여 용인은 이제 ‘한 지붕 세 가족’을 넘어, 서로의 안부조차 궁금해하지 않는 섬들의 집합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분절된 조각들을 하나로 잇는 ‘보이지 않는 실’은 무엇일까. 나는 그 해답을 ‘용인 시민만을 위한 100% 자체 라디오 방송’에서 찾고자 한다. 거대 언론의 권위적 목소리가 아니라, 우리 이웃의 이야기가 하루 24시간 흘러나오는 지역 밀착형 라디오 말이다. 도시의 크기는 커졌지만 시민들 사이의 거리는 오히려 멀어졌다면, 이제 그 거리를 좁히는 새로운 소통의 장치가 필요하다.
왜 하필 지금 라디오일까. 유튜브와 SNS가 넘쳐나는 시대에 라디오는 어쩌면 구시대의 유물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라디오에는 디지털 매체가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두 가지 힘이 있다. 바로 ‘실시간성’과 ‘공동체적 친밀감’이다.
유튜브가 편집된 과거의 장면을 보여준다면, 라디오는 ‘지금 이 순간’의 공기를 함께 나눈다. “지금 수지구청 사거리에서 사고로 차가 막히고 있습니다”, “처인구 중앙시장에 오늘 싱싱한 나물이 들어왔습니다”, “기흥역 지하차도에 빗물이 고이고 있으니 조심하세요.” 이처럼 생활에 밀착된 정보는 지역 라디오만이 실시간으로 전할 수 있는 소중한 생명선이다. 빠르게 흘러가는 도시의 하루 속에서 이러한 정보는 시민들의 생활을 더욱 안전하고 편리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1kW 정도의 출력이면 되겠다. 석성산 기슭에서 쏘아 올려진 전파는 용인의 골짜기마다 자리한 아파트 단지와 공장 지대, 농촌 마을을 하나의 가청권으로 묶어낼 것이다. 산과 계곡으로 나뉜 도시의 지형을 넘어, 전파는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도시를 하나로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다리가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이크의 주인’이다. 전문 아나운서의 세련된 진행 대신, 동네 주민이 직접 두 시간씩 음악을 틀고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라면 어떨까. 학교 선생님, 시장 상인, 청년 창업가, 지역 예술가 등 다양한 시민들이 돌아가며 마이크를 잡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수지의 직장인이 퇴근길에 기흥 청년의 꿈을 듣고, 처인의 농민이 전하는 계절의 소식에 수지의 주부가 귀 기울이는 장면을 떠올려 보라. 서로 다른 생활권에 살고 있지만, 우리는 같은 ‘용인 시민’이라는 정체성을 비로소 전파 위에서 공유하게 된다.
라디오는 분절된 지형을 넘어 심리적 장벽을 허무는 가장 민주적인 매체다. 운전대를 잡은 시민도, 현장에서 땀 흘리는 노동자도, 집안일을 하는 노인도 모두 평등하게 연결된다. 거창한 정치 담론이 아니라, 우리 동네의 소소한 미담과 작은 갈등을 함께 나누고 토론하는 ‘전파 광장’이 마련될 때 용인의 공동체성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분절된 도시를 치유하는 일은 거대한 토목 공사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서로의 목소리를 듣는 데서 출발한다. 용인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전파가 석성산 위로 쏘아 올려지는 날, 용인은 비로소 하나의 도시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그리고 그 주파수 위에서 우리는 더 이상 낯선 이방인이 아니라, 서로를 알아보는 다정한 이웃으로 만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