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신문 | 밤하늘을 가르며 미사일이 날아가는 장면이 뉴스 화면을 가득 채운다. 사이렌이 울리고 사람들은 지하 대피소로 뛰어 들어간다. 세계의 시선이 다시 중동으로 향하고 있다. 전쟁이 벌어질 때마다 인간에 대해 떠오르는 질문이 하나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사랑을 할까. 총성이 울리고 도시가 무너지는 가운데에서도 인간에게 욕망이라는 것이 남아 있을까.
전쟁은 인간의 감정을 얼어붙게 만드는 사건이다. 두려움과 공포가 삶을 압도하고 사랑이나 욕망 같은 감정은 뒤로 밀려나야 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역사는 늘 우리의 상식을 비껴간다.
전쟁은 인간의 많은 것을 무너뜨렸지만 그 와중에도 생명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그것이 바로 욕망이다. 한국전쟁 속에서도 1952년~1953년생이 수십만 명 태어났다고 한다. 죽음이 가장 가까이 있는 곳에서는 오히려 생물학적 본능이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생명에게 주어진 명령은 단 두 가지다. 살아남는 것, 그리고 번식하는 것이다.
인간의 뇌 깊숙한 곳에는 생식을 조절하는 회로가 있다. 시상하부와 뇌하수체, 그리고 성선이 연결된 이 시스템은 생식 내분비학에서 HPG 축이라고 부른다. 평소에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작동하지만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번식 본능이 오히려 자극되기도 한다. 뇌가 “지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신호를 받으면 종을 이어가려는 충동이 강해지는 것이다.
스트레스 호르몬의 작용도 흥미롭다. 전쟁 상황에서는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이 급격히 증가한다. 흔히 이런 호르몬이 성욕을 억누른다고 생각하지만 이야기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성호르몬을 억제하고 생식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러나 극도의 긴장 상태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아드레날린은 신체를 각성 상태로 만들고 감각을 예민하게 만든다. 심장이 빨라지고 감정의 강도가 높아지면 인간은 평소보다 충동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전쟁 속에서 감정이 극단적으로 증폭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포가 커지는 것처럼 욕망 역시 커질 수 있다.
전쟁을 떠올려보자. 친구가 사라지고 집이 무너지고 내일이 보장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의 뇌는 삶의 감각을 확인하려는 행동을 찾는다. 그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이 친밀감이다. 누군가의 체온을 느끼고 손을 잡고 서로를 끌어안는 행동은 뇌에서 도파민과 옥시토신을 분비시켜 공포와 불안을 잠시 완화한다.
인간은 위기 앞에서 움츠러들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 위기 속에서 더욱 강하게 번식하려는 존재다. 바로 이러한 본능 덕분에 수많은 전쟁과 재난을 지나오면서 인류가 오늘에 이르렀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의 위기와 불안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가 다름아닌 가족, 핏줄, 사랑이 아닐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