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ㅣ백낙천

  • 등록 2021.11.01 09:4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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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밤

            백낙천

 

서리는 희끗희끗 풀벌레소리 구슬퍼

길에는 사람의 발자취 끊겼구나

홀로이 문밖을 나 들녘을 바라보니

메밀꽃에 달이 밝아 눈이 오듯 하여라

 

백낙천(백거이 772-846)은 하남성에서 태어났다. 그는 성당(盛唐) 시대의 이백과 두보와는 시대의 차이가 있기는 하나 중당(中唐) 시대의 대표적인 시인으로 이백과 두보에 필적할만한 시인이다. 과거에 급제하여 36세에 한림학사가 되었다. 그는 이 때 이미 저 유명한 「장한가(長恨歌)」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네 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장한가는 현종황제와 양귀비의 비련의 사랑을 노래한 작품이다. 도입부는 ‘임금은 꽃에 취해 나라까지 버릴려고/오래두고 찾았으나 진짜 꽃은 못 얻었지/양가네 집 여자 있어/깊고 깊은 규방에서 남모르게 피었나니/하늘이 준 아름다움과 그 향기는 못 버려 하루아침 임금에게 그 향기 날아갔네’

그의 또 다른 불후의 시편은「비파행(琵琶行)」이다. 그가 좌천되어 강주사마로 있을 때 배 위에서 비파 타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녀는 본래 장안의 창녀였는데 색이 쇠하여 장사치의 아내가 되어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 사는 여자였다. 그는 술자리를 마련하고 그녀에게 비파를 타게 했다. 비파의 감동으로 그는 긴 시를 지어 그녀에게 주었다. 그 시가 「비파행」이다. 둘째 연은 비파소리의 주인공을 찾는 장면이다. ‘소리 찾아 비파 뜯는 사람 누구인가요 은근히 물었더니/비파소리 멎고 대답은 더디구나/배를 저어 서로 가까이 다가가서/술을 더하고 등불 밝히며 거듭 연회를 베풀면서/목줄 휘이도록 부르고 불러 겨우 휘장 열었나니/비파를 안은 저 모습이여, 얼굴 반쯤 가렸구나.’ 백낙천 문학에서 「장한가」와 「비파행」은 커다란 두 산맥이다.

「가을밤」은 전형적인 칠언절구의 서정시다. 이 시 또한 좌천으로 부임한 곳에서 시골의 밤을 맞는 심란한 심사를 형상화 한 것으로 읽힌다. 인적이 끊긴 시골길에는 풀벌레소리 구슬프고 서릿발이 희끗거렸다. 홀로 문밖을 나가서 들녘을 바라보노라니 메밀꽃이 마치 달빛에 눈이 오듯 하다고 노래한다. 민음사 간 백낙천의 『장한가』 중에서. 김윤배/시인

김윤배 기자 poet01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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